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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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설날 아침, 폐지 줍던 할머니가 눈물 쏟은 사연은?

"따뜻하고 풍요로운 명절이지만 아직 우리 주변에는 춥고 외로운 이웃들이 많습니다."

가족이나 일가 친척 하나 없이 혼자 씁쓸한 명절을 보내던 할머니가 뜻밖의 반가운 손님을 맞고 눈시울을 붉힌 사연이 누리꾼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설 명절인 19일 <서울경찰 페이스북>에는 폐지 줍는 한 할머니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눈물을 흘리는 사진이 올라왔다.

이 할머니는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랐고 한국으로 건너온 뒤 폐지를 주우면서 근근이 어려운 생계를 유지했다.

경찰에 따르면 관악경찰서 신림지구대에서 근무하는 김영상 경위는 평소 순찰을 돌면서 할머니의 모습을 눈 여겨 봐왔다.

설날 아침에도 할머니는 어김없이 폐지를 실은 리어카를 끌고 쓸쓸하게 걸어가고 있었다.

(명절 당일이라 그랬는지) 그 뒷모습이 여느 때보다 더 마음에 쓰였던 김 경위는 설날 하루 할머니의 '아들'이 되기로 결심, 양손 가득 과일과 유과를 사 들고 동료와 함께 할머니 댁을 방문했다.

예상치 못한 손님의 깜짝 방문에 할머니는 얼떨떨한 얼굴로 선물을 받아 든 뒤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

김 경위는 "할머니의 손에 유과를 쥐어 드렸지만 목이 메어 그랬는지 차마 그것을 받아 먹지 못했다"며 "그간의 고생과 절절한 외로움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온 듯 했으며, 할머니의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졌는지 이 자리에 있던 우리들도 목이 메어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많은 이들에겐 따뜻하고 풍요로운 설 명절이지만 아직 우리 주변에는 춥고 외로운 이웃들이 많다"면서 "그들에게 따듯한 온정을 베푸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