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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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러버'에 15억 보낸 女…"우린 사랑하고 있다"

채팅과 전화로만 이야기를 나눴을 뿐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사이버 연인’에게 140만달러(약 15억원)를 송금한 여성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여성은 남성이 자신에게 거짓말하지 않았다며 굳게 믿고 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들에 따르면 사라는 18개월 전 인터넷에서 크리스 올슨이라는 이름의 남성을 만났다. 올슨은 사라와 처음 채팅했을 당시 자신은 이탈리아 밀라노 출신이며, 18살 때 미국으로 이주했다고 말했다.

긴 시간에 걸쳐 첫 대화를 나눈 두 사람은 통화까지 하게 됐고, 이 과정에서 사라는 올슨을 사랑하게 됐다. 앞서 두 번이나 이혼한 경험이 있는 사라는 자신도 두 딸을 키우는 ‘돌싱남’이라는 올슨의 말에 동질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사라가 올슨에게 사로잡힌 건 그의 말 때문일 수도 있다. 올슨은 평소 사라와 통화할 때 “당신은 나비도 해치지 못할 것 같아” “나의 여왕님, 오늘은 뭘 하고 계시나요” 등의 말을 건넸다.

문제는 두 사람이 한 번도 만난 적 없다는 사실이다. 처음에 올슨은 사라에게 “사업 때문에 남아프리카에 와 있다”고 말하더니 최근에는 “베냉에 체류 중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올슨은 “지갑도 없어지고 여권도 없어졌다”며 일종의 금전도움을 요청하는 뉘앙스의 말을 사라에게 건넸다.

올슨을 믿은 사라는 망설이지 않고 돈을 보냈다. 그가 하루빨리 체류 비용을 치르고 카드를 되찾아 집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사라가 보낸 돈에는 변호사 선임 비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 같은 사연을 알게 된 한 방송국은 사라의 인터뷰를 요청했다. 방송에 출연한 사라는 “올슨은 5~6차례에 걸쳐 아프리카를 떠나 미국으로 돌아가려 했다”며 “그러나 번번이 억류당하고 말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사라의 얼굴빛이 검게 변했다. 그는 “처음 올슨의 말투는 이탈리아 억양이었다”며 “점점 억양이 변해 그의 옛 말투를 들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믿고 싶지는 않지만 어쩌면 그가 베냉에 정착해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사라는 올슨이 자신에게 거짓말하지 않았다고 믿고 있다. 그는 “올슨이 내게 한 말 중 95%는 진실”이라며 “우리는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후 두 사람이 어떻게 됐는지 밝혀진 내용은 없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해당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