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말 새벽 서울 동대문구의 한 모텔 난간에 이모(31)씨가 몸을 숨기고 앉아 침을 삼키고 있었다. 난간 너머 모텔방에는 한 남녀가 투숙하고 있었다. 이씨는 방에 있는 남녀의 성관계를 훔쳐볼 생각에 마음이 잔뜩 부푼 채 30분을 기다렸다.
그러나 30분이 지나도록 방 안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씨의 기대와 달리 투숙한 남녀가 그대로 잠들어 버렸기 때문이다.
오전 4시쯤 모텔에 들어와 모든 방을 돌아다니며 방문에 귀를 대고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는 노력 끝에 찾아낸 이 방 난간에서 ‘그 순간’을 기대했던 이씨는 일이 틀어지자 화가 났다.
이씨는 오전 6시30분쯤 피우던 담배꽁초를 창문을 통해 방안으로 던졌고, 담배꽁초는 남녀가 덮고 있던 이불에 떨어졌다. 연기가 피어오르자 잠에서 깬 남녀는 화장실에서 물을 떠 와 황급히 불을 껐고 이씨는 현장에서 줄행랑을 쳤다.
이씨는 이후 5개월을 피해 다니다 결국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현주건조물방화미수와 주거침입 혐의로 이씨를 구속했다고 10일 밝혔다.
이씨는 경찰조사에서 “나는 성행위 할 사정이 못돼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이라도 보려고 했다”며 “그런데 커플이 그냥 잠을 자 순간 화가 났다”고 진술했다.
이지수 기자 van@segye.com
성행위 엿보려다 잠만 자자 홧김에 모텔 방화
기사입력 2015-03-10 15:08:01
기사수정 2015-03-10 15:52:43
기사수정 2015-03-10 15:5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