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좋은 학교에 진학하길 바라는 마음은 지구촌 모든 부모의 공통된 마음인 듯하다. 그러나 이건 좀 심했다. 인도의 한 학교에서 시험이 치러지는 도중, ‘커닝 페이퍼’를 자녀에게 건네기 위해 담벼락을 기어오르는 부모들의 적나라한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된 것이다.
지난 18일(현지시각) 인도 비하르 주의 한 학교. 이날 학교에서는 10학년 등급 시험이 치러졌다. 인도 10학년은 우리나라로 따지면 중학교 3학년 정도다.
그런데 외신들이 공개한 현장 사진을 보면 부모들이 ‘스파이더맨’이라도 된 느낌이다. 이는 시험을 치르는 자녀들에게 '커닝 페이퍼'를 주려 벽을 오르는 과정에서 연출된 광경이다. 3층 이상 벽을 타고 오르는 부모들을 보고 있으면 차라리 2층에 매달린 사람이 안전하다는 역설적인 느낌까지 받는다.
커닝 페이퍼를 위해 목숨을 건 학부모. 이런 진풍경을 담기 위해 한 사진작가가 학교에 들어섰다. 그는 현장에서 사진을 찍었지만 아무도 격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인도에서 자녀에게 커닝 페이퍼 전달하는 게 보통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시험이 끝난 뒤, 현장에서 수거된 커닝 페이퍼는 쓰레기봉투 9개를 가득 채운 것으로 전해졌다. 쪽지를 전달하려던 학부모 20여 명이 현장에서 붙잡혔지만 단순 경고만 받고 현장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교육 당국은 커닝 시 적발된 학생들에게 향후 3년간 시험에 응시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심할 경우 징역형을 살거나 벌금을 물 수도 있다. 그러나 비하르 주에서 실제로 이 같은 처벌을 받은 사례는 극히 드물다.
‘스파이더맨’ 학부모는 곧 인도 교육현실의 망신살로 이어진다. 이에 교육 당국은 학부모들과 학생들의 ‘커닝 자제’를 요구하고 있지만 가볍게 무시당하는 상황이다.
P.K. 샤히 비하르 주 교육 장관은 “우리가 뭘 할 수 있겠느냐”며 “부모와 학생들의 노력 없이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다못해 우리가 사람들한테 총이라도 쏴야 하는 거냐?”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인도에서 ‘커닝 페이퍼’가 만연하는 이유로 5학년 이상 학생의 절반 가까이가 2학년용 교과서를 읽지 못하는 열악한 교육 환경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NDTV 영상화면·영국 B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