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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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잿더미만 덩그러니 남은 인천 강화도 캠핑장

높이 5m 원추형 텐트 흔적도 없어
22일 5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친 인천 강화도 캠핑장 화재 현장에는 사고 당시의 참혹함을 말해주듯 검은 잿더미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이날 오전 경찰과 소방당국 관계자들이 흰색 작업복을 입고 한창 현장 감식을 한창 벌이고 있었다.

펜션 앞 마당에 나란히 세워져 있던 인디언 텐트 3개동 중에 사망자들이 자고 있던 가운데 텐트가 완전 불에 탔다.

사고 현장에는 재 말고는 남아 있는 게 없어 이곳에 텐트가 있었다고 추정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재가 남은 자리에서 약 1m 간격으로 떨어져 있는 양쪽 텐트에도 불이 옮아붙은 흔적이 남아 있었다. 다행히 크게 번지지는 않았다.

 
불이 난 텐트의 오른쪽 텐트는 내부 시설물을 포함해 절반 가량 타 이용객이 있었다면 인명 피해가 더 늘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어린 부상자를 구조하다 다친 박모(43)씨가 머물렀던 왼쪽 텐트도 출입구 쪽이 조금 그슬렸다.

바닥이 원형인 텐트는 지름 약 5∼6m 규모이다. 높이는 5m 정도이며 회색, 분홍색, 흰색이 섞인 원추형 천막 형태로 돼 있다.

왼쪽 텐트 내부에는 냉장고, 텔레비전, 흰색 소파, 선풍기, 수납장 등이 보였다. 이들 시설이 원형의 텐트 내부를 빙 두르고 있었다.

전기장판으로 추정되는 연두색 장판도 보였다. 캠핑장은 마니산 서남단 동막해수욕장에서 500m 떨어져 있고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등 전망이 양호해 이용객들에게 인기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텐트마다 바로 옆에 나무로 된 야외 테이블이 놓여 있었고, 세면장과 화장실은 펜션 건물 뒤에 있었다. 

텐트 옆 바닥에는 소화기 두어대가 있었다.

소방당국은 "현장에서 소화기 5대가 발견됐다"며 "이 가운데 2대는 사용, 2대는 미사용, 1대는 불에 그슬린 상태였다"고 밝혔다.

사고 당시를 목격한 한 남성은 "어린 아이 한 명이 앞에서 울고 있길래 나와봤더니 이미 불이 난 상태였다"며 "대학생들이 119에 전화했고 소방차 한 대가 와서 울던 아이를 응급처치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어 "아이 상태가 크게 문제 있어 보이진 않았고, 사람들이 불을 끄고 있었기 때문에 인명피해가 이렇게 많이 있을 줄 몰랐다"고 덧붙였다.

소방당국의 한 관계자는 "현장에 도착했을 땐 이미 불이 다 꺼진 상태였다"며 "천막 재질이라 텐트가 1∼2분만에 확 타버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2시 13분께 인천시 강화군 화도면 동막해수욕장에 있는 캠프장에서 불이 나 25분 만이 꺼졌다.

이 불로 이모(38)씨 등 5명이 숨지고, 이모(8)군과 박모(43)씨 등 2명이 다쳐 부천 베스티안 병원과 순천향대 부천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박씨는 크게 다치지 않아 퇴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