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고백, 이별통보 등 이성에게 전하기 힘든 말을 대신 전하는 재능을 5000원에 판다고 소개하고 있는 한 재능마켓 사이트. 온라인 캡처 |
대리 사랑고백·이별통보, 해외직구 불만 대리 접수, 다이어트 식단 구성, 사진 보정 등과 같은 소소한 재능도 돈이 되는 세상이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다양한 재능을 사고팔 수 있는 재능마켓 서비스를 국내에서 처음 시작한 ‘크몽’은 설립 2년 만에 매출액이 20배 가까이 늘었다. 경쟁업체인 ‘오투잡’도 1년 만에 거래량이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연애편지 쓰는 재능을 판매한다고 소개하고 있는 한 재능마켓 사이트. 온라인 캡처 |
기본 가격 5000원에 손글씨를 대신 써주는 일을 시작한 이모(26·여)씨는 “입사 준비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데, 가끔 들어오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벌고 힐링도 한다”고 말했다.
‘쎈쓰박’이란 아이디로 캐릭터·로고 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는 박모(38·여)씨는 “재능마켓에서는 소비자를 쉽게 많이 만날 수 있다”면서 “수수료를 감안하더라도 일반 회사원 월급 정도는 번다”고 밝혔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재능을 파는 ‘투잡족’도 있다. 일본계 기업을 다니면서 일본어 통번역 재능을 팔고 있는 김진영(31·여)씨는 “원래 통번역은 아는 사람의 소개로 일거리를 찾는 게 보통인데, 재능마켓을 통해서 쉽게 이 분야에 진입할 수 있었다”면서 “통번역 경력도 계속 쌓을 수 있고 수익도 생기니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재능마켓은 정보통신기술(ICT)·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발전과 발맞추며 커가고 있다.
설동훈 전북대 교수(사회학)는 재능 판매와 관련, “모바일 결제, SNS 등 디지털 기술 발달에 따라 고용 형태가 더욱 섬세하게 변하고 있다”면서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어려운 상황에서 일정 정도의 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새로운 고용 형태”라고 말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재능이라는 무형의 상품을 누구나 쉽게 거래할 수 있게 됐다”면서 “잠재 판매자와 소비자가 가세하면서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