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아파트가 들어섰음에도 20년 가까이 자신의 집 철거를 허락하지 않는 한 중국인이 네티즌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중국 난닝(南寧) 시의 도로를 떡 하니 차지한 집 한 채가 주민들의 불만 대상이 되고 있다”고 현지 매체를 인용해 지난 1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동네 주민 사이에서 ‘알 박기’라는 비난을 받는 이 집은 1990년대 동네에 살던 한 주민의 소유다. 당시 재개발 바람이 불자 중국 정부는 주민들의 이주 대책을 발표했고, 동네를 지키던 주민들은 보상금을 받고 다른 곳에 이사 갔다.
이쯤 되면 집주인이 철거를 반대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바로 ‘보상금’이다. 집주인은 정부가 제시한 보상금을 거부했고, 끝내 당국이 자신의 집 허무는 걸 거절했다.
그런데 문제의 집주인은 이곳에 살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몸은 다른 곳에 있지만, 당국이 집 허무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중국 법은 집주인의 허락 없이 강제로 철거하는 것을 금지한다. 이번 주택 문제도 비록 보상금과 엮였지만, 주민의 결정을 강제하지 않는 중국 나름의 '민주주의' 결과물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 당국이 조만간 해당 주택 보상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안으로 동네 도로 공사를 마쳐야 하는데, 집이 철거되지 않은 채 가만히 있는 걸 지켜볼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동네 주민 황씨는 집 주인을 향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왜 정부가 집을 허물지 않고 가만히 두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들도 도로 가운데 자리 잡은 집 때문에 10년 넘게 우회운전 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편 당국의 보상에 반발해 집 철거를 반대한 사례는 2007년에도 있었다. 쓰촨(四川) 성 충칭(重慶) 시에 살던 왕씨는 동네 280가구가 쇼핑몰 건설에 따른 보상을 받고 이주했음에도 자신의 집이 허물리는 것만은 끝내 반대했다.
결국 공사업체는 전기공급을 끊었고, 주변에 10m 깊이의 수로를 파기까지 했다. 그러나 왕씨는 “우리는 이사 가지 않겠다”며 “차라리 집과 함께 죽어버리겠다”고 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몇 년 뒤, 다른 곳으로 이사했지만, 당국으로부터 얼마를 보상받았는지 알려진 내용은 없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영국 텔레그래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