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좌석에서 키스하는 레즈비언 커플에게 욕설을 퍼부은 택시기사가 법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미국 DNAinfo 등 외신들은 “레즈비언 커플에게 성적 비하 단어를 사용한 택시기사가 벌금으로 1만달러(약 1100만원)를 물게 됐다”고 최근 보도했다.
이야기는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1년 9월, 미국 뉴욕 맨해튼의 콜럼버스 서클 광장에서 여성 2명을 태운 무하메드 다흐비는 잠시 후, 뒷좌석에서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룸미러를 힐끗 쳐다봤다.
다흐비의 눈에 들어온 건 뒷좌석에 앉은 크리스티 스피처와 캐시 소르톤의 키스 장면이었다. 이들은 레즈비언 커플이었지만, 이 같은 사실을 몰랐던 다흐비는 두 여성의 키스에 당황했고, 계속해서 이들에게 “키스를 멈추라”고 말했다.
스피처와 소르톤은 자신들의 행동을 나무란 다흐비의 말에 기분이 나빠졌고, 급기야 택시를 멈추라고 소리쳤다. 두 사람은 요금을 내지 않고 자리를 뜨려 했으며, 여성의 키스에 놀란 데다 요금 지불 거부에 기분까지 나빠진 다흐비는 이들에게 “매춘부” “창녀” “그런 건 침대에 가서나 해라” 등의 말을 마구 내뱉었다.
세 사람은 결국 사건 발생 3년여만인 지난달 법정에 섰다.
다흐비는 “지난 17년간 택시를 운전하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두 사람의 키스가 내 운전을 방해할 것 같다는 생각에 그만두라고 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들은 키스하는 것뿐만 아니라 서로의 몸을 마구 더듬고 있었다”며 자신의 대응이 운전을 위한 것이었음을 재차 강조했다.
스피처와 소르톤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반박했다. 스피처는 “우리는 가볍게 입술을 맞댔을 뿐”이라며 “내가 교정 중이었기 때문에 당시 상황을 모두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기사가 우리의 키스를 방해한 것은 그가 게이이기 때문 아니냐”고 따지기까지 했다.
법원은 스피처와 소르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다흐비가 두 사람의 키스를 방해한 건 운전을 위한 이유가 아니었다”며 “단지 이들의 행동에 불쾌해서 그랬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흐비의 변호인이 그의 발언은 ‘성(性)적’인 내용과 관련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이마저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흐비 측은 법원 판결에 불복, 조만간 항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DNAinfo 홈페이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