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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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딸 '대변' 이식으로 장 치료 눈길

 

박테리아 감염에 따른 심한 설사와 체중 감소 등으로 고통받던 70대 남성이 딸의 ‘대변’을 이식받아 치료한 사실이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들은 “잉글랜드 더럼의 이글스클리프에 사는 70대 남성이 딸의 대변을 이식받아 장 치료에 성공했다”고 지난 1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올해 75세인 렌 반스는 최근 몇 주 동안 대장이 박테리아에 감염돼 설사병을 앓았다. 그는 입맛도 없어 거의 음식을 먹지 않았으며, 그 결과 무려 20kg 가까이 체중이 감소했다. 한 가지 심각한 점은 그의 박테리아 감염이 단순히 장 문제에 그치지 않고, 심할 경우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의료진의 진단이 나왔다는 사실이다.

의미 없는 항생제 투여로 시간을 보내던 반스. 그는 어느날 자신을 치료하는 크리스 웰스 박사로부터 한 가지 획기적인 치료 방법을 제안받았다. ‘장 청소’를 위해 대변을 이식하자는 것이었다. 이미 의료진은 반스의 딸 데비(52)의 대변이 치료에 적합하다는 검사를 마친 상태여서 반스의 승낙만 떨어지면 되는 문제였다.

힘겨운 치료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던 반스는 다소 당황스러웠지만 딸의 대변을 자신의 장에 ‘이식’하는 데 동의했다.

수술 당일, 의료진은 따뜻한 물과 섞은 데비의 대변을 반스의 장에 조심스레 이식했다. 진정제를 맞은 반스는 내시경 카메라를 통해 수술 과정을 지켜봤고, 의외의 광경에 놀라면서도 자신의 장이 무사히 치료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모니터에서 좀처럼 눈을 떼지 못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반스에게 적용된 수술 원리는 그의 장 속 나쁜 박테리아를 데비의 대변 속 건강한 박테리아를 이용해 씻어내는 것이다.

웰스 박사는 “대변 이식이라는 게 굉장히 희귀한 일”이라며 “반스같은 환자를 치료하는 데 대변 이식만큼 좋은 치료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장은 수많은 박테리아로 뒤덮였다”며 “이들 박테리아는 장 건강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수술은 무사히 끝났고, 반스의 장도 예전 상태로 조금씩 돌아가는 중으로 알려졌다. 반스는 “수술 다음날, 웰스 박사가 내게 ‘집에 가도 좋다’고 말했다”며 “모든 게 보통 상태로 되돌아가고 있다”고 웃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영국 데일리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