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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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격자들 "최씨 사격 전에도 이상 행동"

“훈련 때 걸으면서 혼잣 말… 불침번 설 때 유서 적은 듯” 사고 후 조기퇴소 막아 논란
과학수사대 수사관 2명이 총기난사 사고가 일어난 다음날인 14일 오후 서울 내곡동 송파·강동 동원예비군 훈련장 내 사격장을 살펴 보고 있다. 군은 이날 언론에 사고가 발생한 현장을 공개했다.
김범준 기자

서울 내곡동 예비군훈련장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 가해자인 최모(23)씨는 사격 전부터 이상행동을 보였다는 훈련 참가자의 증언이 나왔다. 사격 전 점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군의 안전관리 부실에 대한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최씨가 사격장 1사로(射路)에서 총기를 난사할 당시 15사로에 있었던 김남형(24)씨는 14일 “최씨는 훈련 첫날부터 이상했다”며 “지나치게 열심히 했고, 걸으면서 혼잣말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최씨와 같은 생활관을 쓴 이홍렬(24)씨는 “사격하기 전부터 (최씨가) 가끔 혼잣말을 했다. 혼잣말로 1사로에 서야 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다른 예비군 동료도 최씨는 사격 전 테이프로 미간과 안경을 고정하는 등 유난스러웠다고 전했다.

총기난사 사고가 발생한 서울 내곡동 송파·강동 동원예비군 훈련장에 입소했던 예비군들이 14일 군 부대 버스를 타고 퇴소해 송파구 복정역 인근에 내린 뒤 귀가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기동중대 소속이었던 정동화(26)씨는 사건 전날인 12일 오후 10시쯤 내무반 계단에서 쭈그리고 앉아 뭔가를 쓰고 있는 최씨를 발견했다. 정씨는 “무엇을 쓰는 거냐고 묻자 ‘편지를 쓰고 있어요’라고 얘기했다”며 “최씨는 메모장을 뜯은 손바닥만 한 종이 2장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발견된 유서와 흡사하다.

사격 훈련 때는 안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14사로에 위치해 있었다는 박모(27)씨는 “총기 고리를 걸고 탄창을 준다고는 했지만 조교들이 일일이 손으로 고리를 걸었는지 점검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박씨는 “통제관이 긴박하게 외치는 ‘사격중지’ 소리를 듣고 고개를 왼쪽으로 돌려보니 얼굴에서 피를 흘리는 예비군이 보였다. 다들 ‘엎드려 쏴’ 상태로 총을 맞았다”고 말했다.

조교와 통제관은 몸을 숨기기 바빴다고 했다. 16사로 부사수였던 윤근수(29)씨는 “사수가 몇 발을 쏘는지 세고 있었는데 간부들이 갑자기 ‘도망가라’, ‘빨리 나가라’, ‘총 놓고 나가라’고 외쳤다”며 급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같은 중대에서 사격훈련을 받은 박모(23)씨는 “사격 소리가 너무 커서 무슨 일이 일어난지도 몰랐는데 통제관이 사격을 중지시키고 밑으로 내려가라고 외쳐서 자리를 피할 수 있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군이 사건 이후 사실상의 훈련을 중단한 뒤에도 예비군의 퇴소를 막은 조치를 놓고도 논란이 일었다.

예비군 6중대 소속이었던 박호윤(26)씨는 “사건 이후 정말 빨리 나가고 싶었는데 군에서 조사가 끝날 때까지만 기다려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조기퇴소를 요구하는 예비군에게 “피해자 부모님들이 현장 조사를 할 때 함께 훈련했던 여러분이 있어줬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말을 수차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비군들은 사건 후 만 하루를 넘긴 뒤 이날 오후 2시 퇴소했다.

군은 총기난사 사건을 목격한 예비군 50여명 가운데 40여명이 사건 당일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진료를 받았고 나머지 예비군도 이날 치료를 받고 퇴소했다고 밝혔다. 육군의 한 관계자는 “국군수도병원 PTSD 지원팀 소속 군의관 4명이 어제 저녁부터 오늘 오전까지 총기난사 사건 현장에 있던 예비군을 대상으로 진료 활동을 벌였다”고 말했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김승환·이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