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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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미의 짜이 한 잔] "신을 맞이하라" 하늘도 땅도 온통 빛으로…

〈9〉찬란한 빛들이 비치는 축제
몇 개월만 지내면 한 번은 경험할 수 있을 정도로 인도에는 축제가 많다. 봄을 시작하는 ‘홀리(Holi)’ 축제는 온몸에 색을 칠하고 물감 주머니를 던져서 마을 전체가 색으로 물들게 된다. 이와 함께 대표적인 인도 축제로 ‘디왈리(Diwali)’를 꼽는다. 바라나시에서 머물고 있을 때 이 디왈리 축제가 시작됐다. 인도 전역에서 펼쳐지는 축제로 신을 맞이하고 감사와 기원을 하는 힌두교에서는 중요한 날이기도 하다. 

갠지스 강에서 배를 타고 바라본 가트에는 불빛이 찬란했다.
홀리 축제가 색이라면, 디왈리 축제는 빛이다. 힌두 달력에서 여덟 번째 달 초승달이 뜨는 시기에 맞춰 집안 곳곳에 불을 밝힌다. 신을 맞이하기 위해 깨끗하게 청소하고, 작은 초에 불을 여기저기에 놓아야 한다. 바라나시 전체에 불이 밝혀진다고 상상하니 기대가 커진다.

디왈라 축제를 정성 들여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
디왈리 축제가 시작되는 아침부터 바라나시 사람들은 분주해졌다. 가트에 나와서 색 가루로 그림을 그리고, 거기에 초를 하나하나 세운다. 자신 집에 불을 밝히는 것 외에 가트에 놓는 불은 그 지역 유지가 대부분 돈을 낸다. 
아이나 어른이나 다같이 즐겁게 가트를 온종일 꾸몄다. 지나가는 길에 나도 도와서 가트를 꾸몄다. 초는 색 가루로 그림을 그린 곳에 줄을 맞춰서 놓아야 한다. 종지만 한 흙 그릇에 심지 하나를 꽂아 놓고, 기름을 부으면 된다. 사람들이 정성을 들여서 하는 만큼 나도 정성을 들였다. 시간이 갈수록 기대가 더해가는 하루다. 

드디어 날이 어두워졌다. 내가 머무는 숙소에도 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서둘러 가트로 나갔다. 디왈리 축제는 배를 타고 갠지스강에서 봐야 잘 보이기 때문이다. 배에서 보면 불이 켜진 가트 전체 모습이 장관이다. 이때는 뱃삯도 비싸진다. 당연히 예약도 해놔야 한다. 모든 배가 갠지스강 위에 떠 있는 것만 같다. 예약해 놓은 배에 올라 가트를 바라봤다. 

옴이라는 글씨를 불빛으로 썼다.
초승달이 어디 있는지 가늠하기 힘든 어둡기만 한 바라나시 땅에서 별처럼 빛이 났다. 반짝반짝 작은 빛들이 모여 바라나시 전체를 비추고 있었다. 그 모습이 신을 맞이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갠지스는 강이기 때문에 물살 반대 방향으로 가려면 보트왈라가 열심히 노를 저어야 한다. 위치를 선점한 다음에는 물이 흐르는 방향으로 흘러가기만 하면 된다. 그때부터는 천천히 빛을 바라보면서 구경하기에 좋아진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역시 별빛이 가득하다. 하늘과 땅이 빛으로 채워졌다. 그 빛에 소원을 담아 봤다. 소원은 신에게 비는 것보다는 나 스스로 다짐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축제답게 도사를 파는 사람을 비롯한 먹거리 장터가 많이 들어섰다.
심지가 생명을 다해서 불이 하나둘 꺼져갈 때쯤 배에서 내려 걷기 시작했다. 축제답게 먹을거리도 눈에 띄게 많았다. 즉석에서 인도식 크레페인 도사를 만들어주기에 하나 사 먹었다. 축제에선 손에 음식 하나는 들고 다녀야 맛이다. 사람들이 꽉 들어찬 거리가 걷기 힘들 정도지만, 대신 사람 구경이 재밌다. 인도 각지에서 모인 이들과 바라나시 주민들, 그리고 외국인들이 한곳에 모였다. 나라마다 언어도 다르고 생김새도 다르지만, 여기 모인 모든 사람들은 마음만은 하나같이 디왈리를 즐기고 있었다. 

개와 고양이는 기본이며, 원숭이, 소, 오리, 염소까지 바라나시에서는 함께 생활한다.
다음 날 아침 가트로 나가보니 어제의 잔재만 남아 나뒹굴고 있었다. 바라나시 골목은 언제 걸어도 재미있다. 개와 고양이는 기본이고, 소와 원숭이까지 이 골목을 이용한다. 워낙 좁은 골목이라 소 한 마리가 지나가면 사람은 기다려야 한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갑자기 뛰어와서 내 손에 들고 있던 포도를 낚아채 가는 원숭이도 있다. 

골목길에는 소와 사람이 같이 다닌다.
제일 곤혹스러운 일은 역시 동물이 싸질러 놓은 배설물이다. 소가 싼 배설물이 골목길 반을 차지하기도 한다. 밟기라도 할까 봐 조심하면서 걸어가는 모습들이 아찔하다. 물론 인도 사람들은 신경 쓰지 않는다.

심지어는 맨발로 그곳을 걷기도 한다. 길이 가장 더러워질 때쯤이면 비가 내린다. 비가 내릴 때는 지저분하지만, 그 후에는 깨끗해진다. 물론 그 물은 갠지스강으로 흘러들어 간다.

각 지역에서 모여든 만큼 사두들의 모습은 다양하다.
바라나시에는 힌두교 사두(Sadhu:깨달음을 얻기 위해 고행의 생애를 보내는 요가 행자)들이 모여드는 시기가 있는데, 이때면 온몸을 흰색으로 칠한 사두들이 가트를 점령한다. 디왈리 축제가 끝나고 봄을 알리는 시기가 오기 전에 이 사두들이 몰려든다. 이들은 가트에 천막을 치고 생활한다. 옷을 하나도 입지 않고 다니는 사두, 해골을 들고 다니는 사두, 얼굴에 무섭게 물감을 칠한 사두 등 인도 전 지역에서 사두들이 모여들었다. 사진을 찍어달라고 포즈를 취하는 이도 있고, 천막 안으로 들어오라고 손짓을 하는 이도 있다. 

사두들이 모여들어 가트에 천막을 치고 산다.
바라나시라는 공간을 떠나야 한다고 생각할 때는 기차표를 끊어야 한다. 물론, 기차표를 예매했다고 해서 모두 바라나시를 떠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바라나시는 스쳐 지나가지 못하도록 여행자들을 묶어놓는 매력이 있다. 기차가 출발해야 비로소 바라나시를 떠났다고 할 수 있다. 기차표를 몇 번이나 취소하고 찢어버리는 여행자를 한두 번 본 게 아니다. 그렇게 되기 전에 떠나기 위해서 바로 다음날 출발하는 표를 예매했다.

기차표는 예매를 해주는 곳이 있고, 기차역에 직접 가서 예매할 수도 있다. 요즘은 인터넷으로 간단하게 할 수도 있다. 제일 확실한 방법인 직접 예매하는 방법을 택했다. 외국인 전용 창구가 따로 있어서 쉽게 예매를 할 수 있었다. 이제는 떠날 준비를 해야 한다. 짐을 정리하고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내일을 준비하며 하루를 마감했다.

여행작가 grimi7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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