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국민안전처 등에 따르면 소방방재청은 응급의료 서비스질을 높이고 심정지, 뇌혈관질환 등 중증 응급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2008년부터 원격 영상장비를 갖춘 벤츠 구급차를 구입했다. 2008년 1대를 시작으로 2009년 87대, 2010년 45대, 2011년 7대로 모두 140대의 벤츠 구급차를 사 각 시도 소방본부에 배치했다. 이 구급차의 원격 영상장비는 응급환자 이송 중 병원에서 구급차에 설치된 카메라로 환자의 상태를 살피고 구급요원에게 응급조치를 지도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 장비를 설치하기 위해 국산 구급차보다 내부가 넓은 벤츠가 수입됐다. 벤츠 구급차는 대당 가격이 1억2000만원으로 국산 구급차보다 2배 이상 비싸다. 3000만원인 원격화상 장비 등을 포함하면 벤츠 구급차 한 대당 가격은 2억원에 달한다. 벤츠 구급차 도입에는 세금 276억원이 쓰였다. 그러나 이 원격 영상장비는 거의 활용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통신환경과 맞지 않아 구급차와 병원을 연결하는 데 5분 이상 걸리면서 쓸모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 시간이면 웬만한 도시에서는 구급차가 병원에 도착할 수 있는 시간이다.
안전처는 벤츠 구급차의 원격 영상장비 활용률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르면 2010년 벤츠 구급차의 원격 영상장비 활용률은 0.69%에 불과했다. 지난해 소방방재청의 조사에서는 활용률이 3∼4%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비싼 돈을 들여 구입했지만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었다.
벤츠 구급차는 차 길이가 국산 구급차보다 75㎝나 길어 좁은 골목길은 다니지 못하는 등 우리의 도로 실정과도 맞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리기간 또한 오래 걸리는 데다 비용도 국산 구급차의 2∼3배여서 유지관리가 어려운 상황이다.
애물단지로 전락한 벤츠 구급자는 제값을 하지 못하고 폐차처리되고 있다. 내구연한인 5년이 다됐거나 잦은 고장 등의 이유로 지난해 18대가 폐차됐다. 올해는 인천과 대전, 강원 등 7개 지역에서 37대가 폐차처리될 예정이다.
벤츠 구급차 3대 중 2대를 폐차처리키로 한 울산시소방본부 관계자는 “비싼 돈을 들여 구입한 핵심장비가 국내 통신실정과 맞지 않아 활용이 어려웠고 유지·보수에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어 폐차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울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