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비가 촉촉이 내리던 날 전남 무안군 승달산 아래 초당대학교 캠퍼스에서 유학생들이 환한 표정으로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형형색색 우산처럼 학생들의 국적은 다르지만 같은 추억을 또 하나 만들었다. |
“한국음식 맵지만 맛있어요∼.”
지구 반대편 브라질에서 전남 무안으로 유학 온 즈제니(23)가 홍어무침을 한입 가득 입에 넣은 채 웅얼거린다.
|
브라질 유학생 3인방 엘리오, 즈제니, 제시카와 중국에서 온 왕아기(왼쪽부터)가 한국 전통 음식상을 앞에 두고 막걸리를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술을 못하는 왕아기와 달리 브라질 학생들은 막걸리를 세 통이나 비웠다. |
같은 나라에서 온 제시카(19)가 “저 언니는 전라도 사람 다 됐어요. 막걸리를 너무 좋아해요”라며 깔깔 웃는다.
|
박종구 초당대학교 총장(가운데)은 유학생들과 짬짬이 대화의 시간을 갖고 그들의 어려움을 들어준다. 초당대는 사회적 수요가 많고 발전 가능성이 큰 학과를 집중 육성하고 있다 |
무안군 승달산 아래 자리한 초당대학교(총장 박종구)에는 브라질, 중국, 베트남, 카자흐스탄, 몽골 등 9개 국가 250여명의 외국인 학생이 유학와 있다. 항공운항서비스학과, 조리과학과, 뷰티미용학과 등 이 대학의 실용 위주 교육과정에 흥미를 느껴 찾아온 학생들이다. 이들은 학교 내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생활관에 마련된 헬스클럽, 영화관 등을 자유롭게 이용한다.
|
중국 산둥성 출신 장경이 생활관 테라스에서 자음과 모음을 큼직하게 써가며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된 후배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있다. |
|
베트남 유학생 팜황즈엉과 황티린, 태국의 숙리사, 필리핀의 클라리자가 한강희 교수(가운데)에게서 한국의 다도를 배우고 있다. |
|
요리사가 꿈인 즈제니가 조리과학과 배현수 교수(왼쪽)의 지도로 요리실습을 하고 있다. 즈제니는 아직 학과를 정하지 못했다고 한다. |
저녁식사를 마친 중국 유학생들은 테라스에서 한글 공부에 여념이 없다. 산둥성에서 온 여학생 장경(22)이 후배에게 한글을 가르치다 삐뚤빼뚤 그림 같은 글씨가 재미있는지 연방 깔깔거린다. 배우 김우빈을 좋아한다는 제시카는 아빠 반대를 이겨내고 고향 상파울루를 떠나 이곳에 왔다. 한 달밖에 안 됐지만 한국어가 능숙하다. 한국 드라마와 K-POP을 좋아해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한 결과다. 제시카처럼 많은 유학생은 인터넷과 SNS를 통해 이미 한국이 익숙하다.
|
항공운항서비스학과 3학년 왕아기(오른쪽)가 실제 기내를 옮겨 놓은 듯한 교내 캐빈실습실에서 동료 유학생을 상대로 서비스 실습을 하고 있다. |
|
시력이 나빠 파일럿의 꿈을 포기한 엘리오가 초당대 콘도르 비행교육원 시뮬레이터에서 항공운항학과 선배의 설명을 듣고 있다. 엘리오의 목표는 항공 관련 사업가가 되는 것이다. |
|
세계적인 메이크업 예술가를 꿈꾸는 제시카(왼쪽 세번째)가 메이크업 실습을 하고 있다. 제시카는 이곳에서 미용에 관한 체계적 이론교육과 실기지도를 받는다. |
|
즈제니와 제시카가 교내 헬스클럽에서 한국의 보이그룹 샤이니 공연방송을 보며 운동하고 있다. 유학생들은 틈틈이 운동을 하며 건강을 챙긴다. |
중남미 명문대학인 상파울루대학교에서 언어학을 전공하다 온 엘리오(21)는 5개 국어에 능통한 재원이다. 왜 이 대학을 선택했느냐는 질문에 “항공업 운영의 꿈을 이루기 위해 유학을 준비하던 중 이곳을 알게 됐고, 꿈을 이루기에 알맞은 교육기관이라 확신해 선택했다”고 거침없이 말했다.
|
교내 생활관 북 카페에서 상파울루에 있는 부모님과 화상 통화를 하고 있는 엘리오. 고국에 있는 가족은 유학생들에게 무엇보다 소중한 존재다. |
한국의 작은 지방대학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지구촌 대학생들. 인내의 시간이 지나면 그들의 열정과 패기, 노력은 아름다운 성과로 결실을 맺을 것이다.
무안=글·사진 이제원 기자 jw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