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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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토막 난 공립유치원 정원… 학부모들 뿔났다

유아정원 8분의 1 이상으로 축소 개정안 입법예고
택지개발지구·신도시 등 대상
“유아교육 공교육화 추세 역행”
학부모들·교원단체 거센 반발
일부지역선 저지 서명운동도
택지개발지구와 신도시에 설립되는 공립유치원 정원이 현재의 절반으로 줄어들게 되면서 학부모와 교원단체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6일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교육부는 최근 택지개발지구 등 인구 유입 지역의 공립유치원 유아 정원을 신설되는 초등학교 정원의 현행 4분의 1 이상에서 8분의 1 이상으로 축소하는 내용의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이 확정되면 앞으로 신설 공립유치원 수용 규모가 절반으로 줄어든다. 예컨대 정원이 400명인 초등학교를 설립할 경우 당초 100명 이상의 원아가 들어갈 수 있는 공립유치원을 만들어야 하는데, 절반인 50명만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짓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공립유치원 정원 감축 추진에 전국의 혁신도시와 세종시 신도심 등 공립유치원 신설이 계획된 지역에서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세종시 신도심(행정중심복합도시)은 도시 전체가 공립유치원으로 계획돼 있어 파장이 크다. 최교진 세종시교육감은 시행령 개정안이 나오자 긴급브리핑을 통해 ‘시행령 개악을 저지한다’는 표현까지 써가면서 정부의 정책에 반기를 들었다.

광주·전남혁신도시 등 신도시에 공립유치원 신설을 추진하고 있는 광주·전남지역의 반발도 거세다. 전남 나주에 위치한 광주·전남 혁신도시에는 입주기관 직원의 자녀들이 한아름유치원(116명), 빛누리유치원(90명) 등 2개 공립 유치원(206명)에 다니고 있다.

전남도교육청과 나주교육지원청은 혁신도시에 젊은층이 대거 유입될 것으로 보고 2016년 3곳, 2017년 3곳, 2018년 4곳 등 앞으로 9개 유치원 설립 계획을 수립했다. 하지만 이번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이 원안대로 개정되면 정원 축소가 불가피하다.

공립유치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정부의 정원 축소 추진은 학부모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광주지역 공립유치원은 124곳으로 사립유치원 173곳에 비해 49곳이 적다. 광주의 유치원 평균 원비는 방과후교육과정비를 제외한 교육과정비만 공립유치원이 11만3060원이고, 사립유치원이 36만4744원으로 공립이 25만1684원이 더 싸다. 사립유치원이 공립에 비해 3배 이상 더 비싼 셈이다.

이 같은 이유로 매년 연말 원아모집 시기에는 공개추첨을 통해 입학생을 선발하고, 탈락자는 무작정 대기하는 등 공립유치원 입학경쟁이 치열하다.

광주·전남지역 공립유치원은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유아교육법 시행령 저지를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는 최근 성명을 내고 “공립유치원에 대한 학부모의 높은 선호도를 외면하는 동시에 유아교육 의무 공교육화 추세에도 역행하는 것”이라며 “예산절감과 사립유치원 불만 등을 이유로 공립 단설유치원을 제한하겠다는 것은 결국 유아들의 질 좋은 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스스로 방기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