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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떴다방 피해 우리가 막는다’… ‘실버보안관’ 맹활약

서울시 60세 이상 145명 활동…경로당 등 노인시설 돌며 경고
“공짜로 선물 나눠주고, 공연 보여주고, 효도관광도 보내준다고 하죠? 다 상술이니 절대 속으시면 안되죠.”

노인을 대상으로 한 ‘떴다방’ 영업을 막기 위해 ‘실버보안관’이 떴다. 실버보안관은 직접 노인들을 찾아 다니며 떴다방 피해사례를 소개하고 영업 정보를 수집한다. 지난 3월 서울시가 60대 이상 노인 145명을 실버보안관으로 위촉해 내부교육을 거쳐 올 5월부터 활동에 돌입했다.
지난 3월24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실버보안관’ 위촉식에서 ‘떴다방’ 예방활동에 나설 어르신들이 선서를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떴다방 영업은 셈에 어둡고 정에 약한 노인들이 타깃이다. 처음에는 공원이나 전통시장 부근에 현수막을 걸어놓거나 전단지를 나눠주면서 싼값이나 공짜로 사은품을 준다는 명목으로 노인을 모집한다. 판매원들은 떴다방에 온 노인을 ‘엄마’, ‘누나’로 부르며 장기자랑이나 공연을 보여주는 등 친분을 쌓은 뒤 건강식품이나 의료기기를 비싼 값에 강매하는 수법을 쓰고 있다.

실버보안관은 2인1조로 노인시설을 방문해 떴다방의 폐해를 경고하는 리플릿을 나눠주고, 비슷한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홍보·계몽 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5월부터 서울시내 노인복지관과 소규모 복지센터 76곳을 방문해 1500부의 리플릿을 배포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올여름 활동은 주춤했지만, 이달부터 시내 전역에 흩어져 있는 180개 경로당을 직접 돌아다니면서 활동을 재개했다.
‘실버보안관’이 ‘떴다방’ 피해 예방을 위해 노인복지관이나 경로당에 배포하는 홍보 리플릿. 리플릿 제작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서울시가 맡았다. 서울시 제공

실버보안관으로 활동 중인 김정근(65)씨는 일주일에 2∼3일, 하루에 경로당 두 곳을 방문한다. 김씨는 “노인상담사로 봉사활동을 하다가 언론에서 떴다방 관련 기사를 보고 비슷한 연배인 내가 도움을 주면 좋겠다는 생각에 실버보안관을 시작했다”며 “아무래도 젊은 사람들이 홍보를 하는 것보다 더 많은 공감과 호응을 얻을 수 있어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실버보안관이 노인 시설에 대한 정기적인 교육을 하는 것을 물론, 직접 운영이 확인되면 관계 공무원과 함께 단속 활동에도 참여한다”며 “입구에 CCTV를 설치하고 출입을 강화하는 등 지능적으로 단속망을 피해가는 떴다방의 경우에도 노인 실버보안관이 현장 점검에 나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