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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오염은 무조건 中때문?… 책임 돌리기는 그만

[푸른 지구 지키는 창조의 길] (20)·끝 저탄소 녹색성장만이 살 길
주기적으로 한반도를 뒤덮는 대기오염은 오랜 난제였다. 오염의 원인으로는 항상 중국이 지목됐다. 정부와 언론은 중국에서 불어오는 황사, 대규모 공장 지대가 만들어내는 매연, 대도시에서 쓰이는 화석연료에서 배출된 초미세먼지 등 중국발 원인에 책임을 돌렸다. 모두가 “중국을 제어하지 않으면 한국의 대기오염은 해결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을 때, 최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조금 다른 얘기를 내놨다. 날로 심해지는 대기오염의 원인이 사실 한반도 내부에 있다는 것. 세계일보 연중기획 ‘푸른지구 지키는 창조의 길’ 마지막 회에서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나사의 대기오염 조사 결과를 살펴본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세계 195개 도시의 대기 오염물질인 이산화질소 농도를 인공위성으로 추적 조사한 결과, 서울은 베이징, 도쿄 등과 함께 최악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도에서 붉은색이 짙을수록 대기 오염이 심각하다는 의미인데 중국과 한반도 남쪽(원내)이 유독 붉게 보인다.
나사 제공
◆서울, 세계 다섯 번째 공기 오염 도시 꼽혀


나사는 지난 15일 ‘세계 공기 질에 나타난 인간의 흔적(Human Fingerprint on Global Air Quality)’이란 위성 지도를 발표했다.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세계 195개국 도시의 이산화질소(NO₂) 농도(10의15승 molecules/㎠: 1㎠당 1경8600조개 분자)를 환경위성 ‘아우라’를 통해 조사한 결과다. 지도에 붉게 표시될수록 공기 오염이 심각하다는 것인데, 중국과 한국은 최악 수준으로 나타났다. 서울(18.6)의 이산화질소 농도는 베이징·광저우(19.9), 도쿄(19.2), 로스앤젤레스(LA·18.9)에 이어 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공기 질이 안 좋은 도시로 꼽혔다.

그런데 지도에 의문스러운 부분이 하나 있다. 지리적으로 서울보다 중국에 더 가까운 북한이 오히려 ‘상대적 청정 지역’으로 보인다는 것. 한국을 붉게 물들인 대기오염 물질이 중국에서 넘어왔다면 북한만 유독 깨끗할 이유가 없다.

나사가 이번 조사에서 공기 오염의 기준으로 삼은 건 이산화질소 농도다. 이산화질소는 대기오염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된다. 상온에서 적갈색의 반응성이 큰 이산화질소는 일산화질소가 대기 중에서 산소와 반응해 만들어진다. 이산화질소는 대기 중에서 포름알데히드 같은 휘발성 유기화합물과 만나 햇빛을 받으면 광화학 반응을 일으킨다. 이때 오존 등 대기오염 물질을 만들어 광화학 스모그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 독성이 강하고 냄새가 자극적인 갈색의 기체로, 나라 밖에서 불어오는 초미세먼지나 모래먼지 등과 달리 주로 해당 국가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발생하고 소멸한다. 자동차와 공장에서 뿜어내는 매연이 직접적인 발생 원인으로 꼽힌다.

김용표 이화여대 교수(화학신소재공학부)는 23일 통화에서 “이산화질소는 미세먼지나 황사 같은 다른 대기오염 물질과 달리 외부에서 유입되기보다는 해당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발생하고 소멸하는 경향이 많다”며 “이번에 이산화질소 농도가 높은 곳으로 나타난 지역은 대부분 공업지역이나 인구밀도와 자동차 이용률이 높은 곳이 많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산화질소 특성상 외부 유입이 적다 보니 백령도나 태안반도 등 서해안 지역에서는 농도가 낮게 관측된다”고 덧붙였다. 나사의 연구 결과는 한국의 대기오염 원인을 중국 탓으로만 돌리기 힘들다는 일각의 지적을 뒷받침하는 증거다.

전문가들은 “이산화질소 농도가 높다고 해서 반드시 공기 오염이 심각하다고 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이산화질소 외에도 황사, 미세먼지 등 대기 오염의 기준이 많으니 여러 가지를 복합적으로 측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산화질소 농도는 자동차가 많은 나라에서 일반적으로 높게 나타난다”며 “대기질 측정 요소 중 하나의 결과만 놓고 해당 지역의 전체 공기질이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화석연료 사회, 친환경·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국토교통부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자동차 등록대수는 지난해 2012만대를 넘어섰다. 1966년 5만대에 불과했던 자동차는 48년만에 400배 이상 늘어났다. 이와 비례해 대기오염도 심각해졌다. 환경부 대기환경연보를 보면 미세먼지 농도(㎍/㎥)는 서울이 2005년 58에서 2013년 45로 줄었고 인천도 61에서 49로 감소했다. 그러나 런던(18), 파리(26), LA(30)과 비교해보면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상황은 이처럼 심각하지만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나 재생에너지 산업 활성화, 전기차 보급 등은 걸음마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국내 등록 전기차는 5285대다. 전기 충전을 겸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와 수소연료전지차 172대를 포함해도 국내 친환경차는 5457대에 불과하다. 국내 발전소의 발전량을 살펴봐도 지난해 화력발전 비율이 66%로 가장 높고, 이어 원자력 30%, 수력 1%, 재생에너지와 기타 에너지는 3%에 머물렀다. 재생에너지 중에서도 태양광발전 등 친환경 재생에너지 비율은 1%도 안 된다. 이 같은 산업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바꾸지 못한다면 우리나라는 머지않아 중국 못지않은 대기오염 국가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김상협 카이스트(KAIST) 녹색성장대학원 초빙교수는 “정부가 최근 수립한 7차 에너지 전력수급계획에서 재생 에너지를 늘리고 저탄소 관점에서 석탄 발전을 줄이는 방향이 설정됐다”며 “앞으로는 에너지 소비자가 에너지 생산자가 되는 시대가 열린다. 녹색성장 시대에 대한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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