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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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유도 ‘간판’ 정경미, 강력반 형사 돼 범죄자 잡는다

정경미(유도 금메달리스트→경찰관)
한국 여자유도의 에이스로 세계 무대를 주름 잡았던 정경미(31·사진)가 28주간의 경찰관 교육 과정을 무사히 마치고 강력반 형사로 변신한다.

중앙경찰학교는 5일 충북 충주에 위치한 학교 중강당에서 무도특채자 50명을 비롯한 각 분야 전문가 311명에 대한 임용식을 열 예정이라고 4일 밝혔다. 임용식에서는 정경미·황희태(이상 유도), 허준녕·임수정(이상 태권도), 김완수(검도) 등 국가대표 출신 무도 특채자들뿐 아니라 경호(120명), 총포·화학(5명), 정보화장비(102명), 범죄분석(6명), 경찰특공대(28명) 특채자들이 경찰 계급장을 달게 된다.

이 가운데 정경미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여자 유도 78㎏급 결승전에서 설경(북한)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한국 여자 유도 사상 처음으로 아시안게임 2연패를 일궜던 한국 유도의 간판 선수 출신. 
경찰관으로 공식 임용되는 제286기 경찰 특채 교육생들이 4일 충북 충주 중앙경찰학교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완수(검도), 김경중(특공대·폭발물 처리), 황희태(유도), 임수정(태권도), 정경미(유도), 윤기목(총포화약), 이연수(정보화장비·무선), 허준녕(태권도) 교육생.

이제 ‘선수’라는 타이틀을 떼고 경찰 계급장을 달게 된 정경미는 4일 전화통화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배우는 입장이라 어려움이 많았지만 생소한 분야에서 새로운 것들을 많이 알게 돼 신기하고 재미있었다”며 “6개월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간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정경미는 지난해 은퇴를 준비하던 중 경찰이 강력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2004년 이후 11년 만에 무도특채를 부활시킨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는 “소속 실업팀에서 정직원 발령을 제안했지만 경찰관이 되는 것에 더욱 마음이 움직여졌다”며 “고교 시절 유도를 가르쳐주셨던 은사님이 경찰관이셔서 경찰에 대한 좋은 감정이 있었고, 동료 무도인들과 함께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다는 점도 끌렸다”고 말했다. 부모님과 일선 경찰관으로 일하고 있는 고교 시절 친구도 경찰관의 길을 적극 권유했다고 한다.

매일 같이 운동만 하던 선수가 경찰관이 되기 위한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특히 형법, 형사소송법, 경찰관직무집행법 등 관련 법 공부를 자정을 훌쩍 넘겨가며 해야 하는 날이 부지기수였다. 정경미는 “아무래도 법 쪽으로는 잘 모르기 때문에 학교에서 지정해 준 멘토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그래도 각종 시험을 무사히 통과했고, 지금은 ‘나도 법을 배우고 적용할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고 했다.
제286기 경찰 특채 교육생들이 과학수사 교육 과정에서 지문 채취와 관련한 실습을 하고 있는 모습. 중앙경찰학교 제공.

태릉선수촌 생활과 비교해 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선수촌에서는 매일 반복 훈련을 통해 기량을 갈고 닦는 과정이 반복되는데, 여기(중앙경찰학교)서는 새로운 분야를 배우는 것이다 보니 재미있게 했다. 단순하게 비교하기는 힘들다”며 웃었다.

5일 순경 계급장을 달게 되는 정경미는 설 연휴가 지난 11일부터 대전지방경찰청 소속 경찰관으로 새 인생을 시작하게 된다. 두 달 간의 현장실습과 1년간의 지구대 시보 생활을 거친 뒤에는 강력계 형사로 거듭난다.

그는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경찰이 하는 일이 훨씬 많고 엄중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일선의 선배 경찰관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다른 무도인들에게도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사진=중앙경찰학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