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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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덜 먹게 하는 '전기 포크' 나왔다

 


과도한 나트륨 섭취는 여러 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국인의 나트륨 섭취량은 세계 최고 수준. 일일 평균 섭취량은 WHO 권장량인 2000mg의 두 배가 넘는 4027mg이다.

자극적인 음식에 길든 식습관을 바꾸고자 ‘저염식’ 열품이 불고 있지만 의지만으로 실천하기에는 버거운 게 사실. IT를 접목시킨 ‘스마트 포크’가 만들어져 획기적으로 소금 섭취를 줄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해외 매체 데일리메일이 29일 ‘전기 포크’에 대해 소개했다.

일본 레키모토랩의 히로미 나카무라가 소금 없이도 짠 맛을 내는 ‘전기 포크(Electric Fork)’ 시제품을 선보였다. 배터리로 작동하는 이 포크는 혀에서 맛을 느끼는 미뢰를 감전시켜 짠맛, 단맛, 신맛, 쓴맛, 음식의 질감 등을 느끼게 하는 제품이다.


포크로 음식을 찍은 후 손잡이의 버튼을 누르면 앞부분에 미세한 전류가 흐르게 된다. 포크 앞쪽에 위치한 은으로 된 전극은 혀의 미뢰를 자극한다. 우리의 뇌는 이를 짠맛 등 다른 맛으로 착각하게 되는 것. 심지어 포크의 온도도 미세하게 변화돼 좀 더 그럴싸한 맛의 감각을 만들어낸다. 저염식이나 무염식을 해야 하지만 밍밍한 음식을 먹고 싶어 하지 않는 사용자에게 매력적인 제품. 짠 맛은 세 단계로 조절 가능하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니메사 라나신게는 “우리는 아주 좁은 부위에 집중된 전기 자극과 열이 혀와 상호작용을 하며 성공적으로 주요 맛을 만들어내는 것을 확인했다”며 “아직 개발 초기 단계지만 ‘전기 포크’는 곧 사람들의 식습관을 바꿔놓을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당뇨병 환자들은 혈당 조절에 대한 부담없이 단 맛을 느낄 수 있고, 암 환자는 화학 요법으로 잃은 미각을 전기 포크를 통해 되살릴 가능성도 있다.


전기 포크는 재충전이 가능한 배터리를 이용한다. 완전히 충전해 6시간까지 쓸 수 있다. 다만, 아직 시제품이라 방수 기능이 없다. 또한, 개발팀은 너무 오래 포크의 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불쾌한 쇠 맛을 느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제품 제조 원가는 17.7달러(한화 약 2만 원) 수준이다.

전기로 혀의 미뢰를 자극시키는 아이디어가 처음 현실화된 것은 아니다. 1976년 유럽 생리학 저널에 실린 한 논문에 혀의 미뢰를 자극해 특정 맛을 느끼게 하는 실험 내용이 나온다. 최근엔 싱가포르 국립대학 연구팀이 전기로 미뢰를 자극시키는 ‘디지털 사탕’을 만든 바 있다.

도쿄 대학 소속 연구원 히로미 나카무라는 “이 기술을 이용하면 전기를 마치 조미료처럼 쓸 수 있다”고 말했다. 도쿄 대학은 현재 지역 내에서 ‘소금 없는 레스토랑(No Salt Restaurant)'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전기 포크는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개발됐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