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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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느냐 사느냐”… 조선·해운 ‘운명의 5월’

용선료 인하 협상 최종시한 초읽기
‘1차 관문’ 통과 못하면 법정관리로
금융위 “정부 주도 빅딜은 없을 것”
조선·해운업의 운명이 격랑 속으로 빨려들고 있다. 당장 현대상선의 운명은 이달 중순쯤 방향이 잡힐 전망이다. 정부가 제시한 용선료(선박임차료) 인하협상 최종시한이 5월 중순이다. 협상에 실패한다면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 조선 빅3 중 대우조선해양은 작년 10월 이후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데 속도와 강도가 높아진다. 정부 관계자는 “원점에서 총체적으로 재검토하는 수준”이라고 1일 말했다.

◆용선료 협상, “반반”

해운사들은 현재 외국 선주들과 용선료 협상 중이다. 배를 빌려쓰는 값을 깎아달라는 협상이다. 해운사들은 외환위기 당시 부채비율을 200% 이하로 낮추라는 정부 지침에 따라 배를 팔아 부채를 갚았고, 이후 배를 빌려 썼는데 이때 계약한 용선료가 지금 시세의 4∼5배다. 현재 계약으로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2026년까지 이처럼 비싼 용선료를 선주에게 줘야 한다. 용선료 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채권단이 유동성 지원을 해봐야 선주들 배만 불리는 꼴이 될 수밖에 없다.

협상의 여지는 있다. 선주 입장에서 회사가 문을 닫게 돼 임대소득이 끊기는 것보다는 깎아주는 편이 이득이기 때문이다. 선주 책임론도 제기된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6일 기업 구조조정안을 발표하면서 “선주도 채권자”라며 “공평하게 (손실을) 분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용선료 인하는 시작일 뿐이다. 현대상선은 용선료를 30∼35% 깎으려는 것인데 그렇게 된다고 해도 시세의 3배 안팎으로 여전히 비싸다. 용선료 협상이 성공하면 채무조정 등의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한다. 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언론사 경제부장단 간담회에서 “현재 현대상선이 선주들과 벌이는 용선료 협상은 해운업종 구조조정의 1차 관문으로 이것을 통과 못하면 법정관리로 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능성에 대해선 “반반”이라고 했다.

◆“빅딜 없다”고 선 긋는 정부, 왜?

조선·해운 구조조정의 컨트롤타워는 정부다. 임 위원장이 주재하는 범정부 차관급 협의체가 실무를 맡고 최고 의사결정은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뤄지는 구조다. 그럼에도 정부는 전면에 나서길 꺼린다. “정부 주도의 빅딜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금융위는 이유로 전문성을 꼽았다. 구조조정은 기업을 가장 잘 아는 채권단이 주도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금 구조조정 관련 업무 인력이 그나마 충원해서 5명”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이유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가능성이다. 정부가 구조조정 절차에 직접 참여할 경우 보조금협정 위반 등의 이유로 제소를 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합병 가능성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정부 협의체도 조선업의 경우 “단기간 내 업황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바, 업계 중심으로 전략적 사업재편 검토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임 위원장은 “업계에서 자율적으로 사업재편, 인수합병(M&A) 등을 추진할 경우 정부는 이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