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추영준의 ★빛사랑] 가요계를 덮친 '역사논란'과 '대작논란'

 

가요계는 역사·대작 논란으로 이번 주 내내 시끌벅적했다. 유명 걸그룹 AOA는 일부 멤버의 역사인식 부족으로 여론의 지탄을 받았고 오랜 시간 친숙하게 다가온 가수 조영남(71)은 그림 대작 논란으로 국민의 비난은 둘째 치더라도 검찰수사가 진행돼 심각한 국면을 맞고 있다.

이 두 논란에 비슷한 점이 있다. 물론 성격이나 발단은 전혀 다른데도 이들을 향한 여론의 반응은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이다. 

어린 나이에 연습생 시절부터 학업을 뒤로한 채 오로지 톱스타가 되기 위한 트레이닝을 받은 걸그룹 멤버들이 역사를 잘 모를 수도 있는데 도대체 왜 이렇게 엄청난 비난을 퍼붓는지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방송에서 비치는 가수 조영남은 그냥 무대에 오르면 열정적으로 노래하는 실력파 가수이자 ‘화투’그림을 그리는 화가로 알려져 있는데도 이번 ‘대작논란’으로 팬들은 심하게 등을 돌리는 상황이다. 

AOA는 무지에서, 조영남은 미술계 관행에서 비롯됐다고 하는 논란들인데 여론은 왜 나쁜 쪽으로만 흘러가고 있을까. ‘무지는 죄가 될 수 없다’는 취지로 먼저 AOA ‘역사논란’부터 자세히 살펴봤다.

AOA 멤버 설현과 지민은 최근 방송된 온스타일 ‘채널AOA’에서 역사퀴즈를 풀다가 안중근 의사를 몰라보고 ‘긴또깡’ ‘도요토미 히데요시’ 등이라고 말했다가 역사인식 부재라는 논란의 불을 지폈다. 이 때만 해도 비난은 그리 크게 일지 않았다. 이들이 공부 대신 걸그룹 길을 택한 만큼 “역사를 모를 수도 있다”라는 동정의 여론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설현과 지민은 곧바로 SNS를 통해 “역사에 대해 진중한 태도를 보여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던 점에 대해 많은 것을 깨닫고 반성하고 있다. 불쾌감을 느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 드린다”“장난스러운 자세로 많은 분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깊이 반성하겠다”며 진정성 있는 사과의 글을 올렸다.

이런 즈음에 ‘역사논란’사태는 가라앉지 않고 심각하게 커져 갔다. 괌에서 촬영한 AOA 컴백앨범 뮤직비디오에 일본 브랜드 혼다와 도요타 자동차가 등장하면서 네티즌들은 “안중근 의사를 몰라보는데다 일본 자동차까지 앞세웠다”며 과격해지기 시작했다.

설현과 지민은 안중근 의사를 모르니 한국인의 반일감정이 어느 정도인지도 사실 잘 몰랐을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의 '역사인식 논란'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반일감정이 녹아들어 일파만파 번져나갔고 그 중심에 있던 AOA가 여론의 뭇매를 맞는 것이다.

AOA는 지난 23일 컴백쇼케이스 현장에서도 멤버 전원이 눈물로 거듭 사과했지만 역사인식 부재를 질타하는 네티즌들의 반응은 여전했다. 신곡으로 무장하고 돌아온 AOA를 향한 팬들의 지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칠십 평생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조영남도 이번 '대작논란'으로 비난의 화살을 피해가지 못했다. 그는 조수를 둬 그림을 그리게 하는 건 ‘미술계의 관행’이라고 즉각 설명했다가 오히려 국민에게서 따가운 눈총을 받았고 여론은 더 나빠졌다.

조영남은 겉으로는 대수롭지 않은 듯 일부 언론사와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태가 점점 악화하는 분위기로 흐르자 방송출연을 중단하고 콘서트를 취소하는 등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부에서는 변호사와 함께 검찰조사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영남은 애초 부산 해운대문화회관 해운홀에서 20일 열리는 ‘조영남의 봄소풍-부산’공연만은 예정대로 진행하려 했다가 결국 취소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화투’그림으로 유명한 조영남은 송기창 화백이 8년간 그림 300여 점을 대신 그려줬다는 주장이 제기돼 ‘대작논란’에 휩싸였다.

조영남은 AOA의 여론재판과는 달리 이미 검찰수사가 진행되는 사안이다. 검찰은 조영남의 갤러리 등 4곳을 압수수색한 상태이며 미술계의 관행인 대작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사기와 저작권법 위반 등 혐의가 있는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소환조사가 임박해오면서 국민의 관심은 검찰수사결과에 쏠리고 있다.

추영준 선임기자 yjch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