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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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야근한다, 고로 나는 생존한다'

‘저녁이 있는 삶’ 올까… / 한국인 연 노동시간 2057시간 / OECD 평균보다 351시간 길어 / 정치권 결국 ‘칼퇴근 법’ 발의 / 근로시간 초과기업에 부담금 / 직장인 바람 이뤄질지 큰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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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수원에 사는 박모(37)씨는 10년차 은행원이다. 취직과 결혼, 내집 마련의 꿈을 이루며 늘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산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부쩍 회의에 빠진다. ‘내 삶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휴일만 빼면 매일 오전 8시 일과를 시작하고 하루평균 14시간 정도 근무한다.

박씨는 “주변에서는 내 연봉을 부러워하지만 그만큼 업무시간이 길고 일찍 끝나는 날엔 어김없이 술자리가 이어진다”며 “아들과 저녁을 먹은 날이 언제였는지 잘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직장인에게 ‘저녁이 있는 삶’은 여전히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다. 2012년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손학규 전 대표가 이 구호를 내세워 큰 호응을 얻었지만 직장인의 삶은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그런데 20대 국회가 문을 열자마자 이를 실현하겠다는 법안이 발의돼 관심이 쏠린다.

더불어민주당 이찬열 의원은 6일 장시간 근로관행을 폐지하기 위한 이른바 ‘칼퇴근 법’을 20대 국회 개원일인 지난달 30일 발의했다고 밝혔다.

칼퇴근 법은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포괄산정임금계약을 제한해 이를 위반하는 사용자는 처벌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이다. 근로자의 출·퇴근시간 기록을 의무화해 각 기업이 근로시간을 공시토록 하고 초과근무가 기준을 넘을 경우 사업주에게 ‘장시간근로유발부담금’을 부담시키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각종 지표와 설문조사 결과가 보여주듯 우리나라의 장시간 근로는 심각한 수준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1인당 연간 근로시간은 2057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706시간)보다 무려 351시간이 많았다. 대한상공회의소와 맥킨지가 국내 기업 100개, 4만여명의 임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해 지난 3월 발표한 ‘한국 기업문화 실태 진단’ 결과에서도 직장인은 ‘습관화된 야근’을 가장 심각한 기업문화로 꼽았다.

이 의원은 “장시간 근로가 미덕으로 포장되는 문화가 근절돼 모든 국민이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는 세상이 빨리 오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