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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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 입양딸 폭행… 뇌사 빠뜨린 양부모

발바닥 때리고 머리잡아 흔들어 / 입양하려던 2세 남아도 폭행 / “괴성을 질러 버릇 고치려 했다”
입양하려는 3세 여자아이를 뇌사 상태에 이를 때까지 폭행한 부모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 부부는 함께 입양하려 한 2세 남자아이에게도 폭력을 행사한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 수성경찰서는 입양 전 위탁단계의 김모(3)양을 때려 뇌사 상태에 빠뜨린 혐의(아동학대 특례법상 상습학대 및 중상해)로 양아버지 김모(52)씨를 구속했다고 31일 밝혔다. 다친 아이를 방치한 양어머니 이모(46)씨는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7월 15일 가입양 상태인 김양을 플라스틱 자와 나무 막대기로 발바닥을 때리고 어깨를 밀어 머리를 바닥에 부딪히게 해 뇌사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딸 아이가 식탐이 많고 괴성을 자꾸 질러 버릇을 고쳐주려고 때렸다”며 “4월 초와 7월 초·중순 등 세 차례 아이를 훈육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경찰은 김양의 목에 화상이 있고 멍 자국도 여러 군데 있어 폭행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의 폭행 이후 119구급대에 이송된 김양은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가 이달 초 경북대병원에서 뇌사 판정을 받았다. 의사는 “아이 머리를 잡고 흔들어서 넘어뜨렸을 경우 뇌사에 빠질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는 소견서를 제출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지난해 12월 19일 서울의 한 입양원에서 김양과 함께 데려온 2살짜리 남자아이도 2∼3차례 때린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이 아이의 입양을 포기하고 입양원으로 돌려보냈다.

김씨 부부는 이들 외에도 4명을 입양해 키운 것으로 확인됐다. 외국 유학 중인 2명과 부부가 데리고 있는 2명에 대한 학대 정황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김씨 부부는 대구에서 학원을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난치병을 앓던 친딸이 한 아이를 입양해 키우던 중 완치되자 ‘좋은 일을 하니까 좋은 일이 생긴다’는 생각에 입양을 계속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입양 전 위탁과정에서 아동과 부모 사이에 갈등 조율이 안 된 것으로 보인다”며 “부부 사이에도 입양을 두고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구=문종규 기자 mjk20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