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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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태도 불량하다고 숙청·처형…김정은의 공포통치

정보당국 “불안·불만감 커져도 겉으로는 충성경쟁 심해질 것” / ‘복귀’ 김영철, 대남 강경 가능성 / 박 대통령의 ‘체제 동요’ 언급… ‘대북 심리전에 큰 효과’ 평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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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체제의 엘리트층에 대한 숙청·처형 등 공포통치가 계속되고 있다. 간부들 사이에 불안감과 불만감이 팽배하고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 대한 충성심이 약화할 것이지만 겉으로는 자리 보전과 신변 안전을 위한 간부들의 충성경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통일부가 31일 처형됐다고 밝힌 북한의 김용진 내각 부총리가 2009년 평양에서 열린 한 외교행사에 참석해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집권 이후 공포통치의 가장 극대화된 형태인 처형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내부 권력을 다져왔다. 국가전복 음모 행위와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양봉음위(陽奉陰違:앞에서는 순종하는 체하고 속으로는 딴마음을 먹음)’ 등의 혐의가 적용돼 2013년 12월 처형된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대표적 사례다. 북한은 장성택에게 ‘현대판 종파분자’라는 낙인을 찍었고 그와 관련된 간부들을 숙청·처형하며 ‘장성택 물 빼기’를 진행했다. 이번에 정부가 처형 사실을 공식 확인한 김용진 내각부총리도 김정은의 눈밖에 나게 된 발단은 ‘자세 불량’이었지만 장성택과 마찬가지로 ‘현대판 종파분자’ 딱지가 붙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고위 간부들에 대한 처형 등 공포정치는 최고지도자를 절대화하는 스탈린식 개인절대독재체제의 중요한 특징”이라며 “김정은 정권이 존재하는 한 공포정치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권력 남용 등의 혐의로 혁명화 교육을 받았다고 통일부가 31일 밝혔다. 사진은 인민군 정찰총국장 시절 김영철의 모습.
연합뉴스
김정은 체제의 핵심 간부로 승승장구했던 김영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도 한 달에 불과하지만 ‘혁명화 교육’을 받는 불운을 피해 가지 못했다. 대북소식통은 “김영철이 군 출신이다 보니 군에서 하던 버릇이 남아 있어 당 조직 내 규율을 엄격히 지켜야 하는 당 간부다운 처신을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고압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는 것은 자기 주장을 무리하게 관철시키려고 했고 겸손하지 못했다는 얘기로 당 내에서 ‘사업작풍’(일하는 태도)이 나쁘다는 비판이 제기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대남 정책 관련해서 김영철이 복귀해 충성심을 보여야 하는 상황이라서 강경한 대남 태도를 보일 것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간부들에 대한 반복되는 숙청·처형은 ‘길들이기’ 성격이 짙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이것이 김정은이 간부들을 길들이는 방식”이라며 “불만과 불안감이 가득하고 충성심은 약해질 수밖에 없지만 표면적으로는 자세를 더욱 더 가다듬고 김정은을 향한 충성경쟁에 나서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한 매체의 보도를 통해 김용진 내각 부총리 처형 및 김영철 통전부장의 혁명화 교육 사실을 접한 간부들의 경우에는 심리적 동요가 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북한 정권의 ‘심각한 균열 조짐’과 ‘체제 동요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강력한 ‘대북 심리전’이라는 평가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처형당하지 않아서 다행이고 처형당하지 않도록 몸가짐을 더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간부들이 많을 것”이라며 “박 대통령의 발언이 체제 흔들기라고 반발하면서도 속으로는 남한 대통령이 말을 꺼낼 정도로 북한 체제와 자신들이 처한 상황이 정말 심각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