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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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KF-X 레이더’ 지원 해외업체 연내 선정

군, 국내기술 보완·검증 차원
‘AESA’ 경험 풍부한 5곳 대상
조만간 설명회 열어 RFP 제공
내달 제안서… ‘지명경쟁’ 방식
군이 조만간 한국형전투기(KF-X) 사업의 핵심인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 개발을 지원할 해외 업체를 선정하는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AESA 레이더 개발 경험이 있는 해외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국내에서 개발한 기술을 검증하고 부족한 분야의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한국형전투기 사업에는 건군 이래 최대 규모인 18조원이 투입된다.

군 소식통은 1일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가까운 시일 안에 유럽·이스라엘 레이더 관련 5개 방산업체들을 대상으로 AESA 레이더 개발 해외 기술협력업체 선정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안다”며 “오는 7일쯤 사업 참여 의사가 있는 업체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어 제안요청서(RFP)를 제공한 후 10월 중순까지 제안서를 접수해 검토한 뒤 협상해 기술협력업체를 연내에 선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ADD가 개발한 AESA 레이더 시제품.
현재 KF-X AESA 레이더 개발에 참여할 해외업체로는 사브(스웨덴), 탈레스(프랑스), 레오나르도 그룹(영국·이탈리아) 계열사인 셀렉스, 에어버스 그룹(유럽), 엘타(이스라엘) 5개 업체가 거론된다. 이들 업체는 전투기용 레이더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과 기술을 갖고 있다.

당초 군과 방산업계에서는 ADD가 해외 업체들을 개별적으로 접촉하며 기술이전 범위와 비용 규모 등을 협상할 것으로 관측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불특정 다수의 기업을 대상으로 한 일반 공개경쟁 대신 일부 업체들에만 참여 자격이 주어지는 ‘지명경쟁’ 방식이 적용됐다.

군 관계자는 “AESA 레이더 개발 능력이 있는지, 우리나라에 기술이전이 가능한지, 우리 측 RFP에 포함된 군사기밀을 유출할 위험은 없는지 등을 고려해 5개 업체를 심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선정된 해외 업체가 2017~2018년쯤 제작될 것으로 알려진 AESA 레이더 하드웨어 기술 입증용 시제품 제작을 지원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AESA 레이더를 개발해 라팔 전투기에 체계통합한 경험이 있는 탈레스나 기술 이전·비용 측면에서 유럽 업체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시할 수 있는 이스라엘 업체가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KF-X의 원활한 수출을 고려해 미국 정부의 수출통제체제인 국제무기거래규정(ITAR)에 저촉되는 기술을 사용하지 않는 업체가 최종 경쟁에서 낙점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AESA 레이더는 KF-X의 ‘눈’에 해당하는 핵심 장비다. 안테나가 레이더 각도를 자유자재로 조절하면서 전방을 주시해 지상·해상·공중의 표적들을 동시에 추적할 수 있다. 지난해 4월 미국이 AESA 레이더 체계통합을 비롯한 KF-X 핵심기술 이전을 거부하자 군은 ADD 주도 국내 개발 방침으로 선회했다. ADD는 AESA 레이더 개발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알고리즘과 시험평가, KF-X와 레이더의 체계통합 등 관련 기술을 해외 선진업체에서 지원받아 2026년까지 개발을 마칠 예정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