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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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규모 6.8지진 이라는데… 놀러나온 듯 느릿느릿

서울 역대 최대 지진 방재 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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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19일 오후 2시 서울 강동구의 한 낡은 아파트단지. 갑자기 발생한 거대한 지진이 내진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낡은 건물들을 덮친다. 건물이 무너지고 도로가 파괴되며 부상자가 속출했다. 주변에서는 가스, 전기 등으로 인한 폭발과 화재가 연이어 발생한다. 갑자기 발생한 사고에 큰 혼란이 발생하지만 이내 현장은 침착을 되찾는다. 신속히 투입된 소방대원들과 구조대원들을 통해 일사불란한 구조가 이어지고, 주민들은 이들의 지휘아래 신속하게 대피한다.

 
19일 고덕 주공3단지에서 열린 지진방제 종합훈련이 열리고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규모 6.8의 대형 지진이 발생했을 때를 가정해 서울시가 실시한 지진대비훈련의 한 장면이다.

민방위의 날을 맞아 이날 전국에서 실시된 지진대피훈련 가운데 서울시의 훈련은 최대 규모로 진행됐다. 훈련은 서울을 지나는 남북단층 선상의 한 곳인 경기도 광주시 남한산성 인근에서 규모 6.8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바탕으로 피해 상황이 설정됐다. 지진으로 도로가 붕괴되고, 상수도가 파괴되거나 통신이 차단되는 등 사회기반시설이 마비된 상태에서 화재·붕괴·유해물질 누출·폭발 등 복합재난이 동시에 발생하는 상황을 배경으로 한다.

이를 위해 21만㎡ 68개동 철거 아파트가 재난을 가정한 현장으로 조성됐다. 대규모 지진 발생 시 일어날 수 있는 104개의 복합재난상황이 현장에서 임의적으로 주어진 가운데 소방관, 군인, 경찰, 시민봉사단체, 학생 등 1500여 기관 3700여명의 참여자가 실제상황과 같은 방식으로 사고 대응과 구조 등을 진행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사전에 짜인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진행되는 기존 훈련과 달리 이번 훈련은 현장에서 피해상황을 파악하고 이에 따른 의사결정을 현장에서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국회 사무처 직원들이 19일 지진대비 민방위 훈련이 시작되자 대피장소인 본청 앞 잔디광장으로 어슬렁거리듯 천천히 걸어가고 있다. 이날 훈련은 지진을 가정한 뒤 진행됐지만 건물 밖 대피훈련이 실제처럼 기민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연합뉴스
19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공무원들이 지진대피 민방위훈련을 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그러나 국회 등 일부 관공서에서는 직원들이 긴장감 없이 천천히 걸어서 대피해 눈살을 찌뿌리게 하기도 했다.

이번 훈련은 지난달 12일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더 이상 우리나라가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경각심이 커진 가운데 기획된 것으로 특히 시장단과 군경 등 관계기관 책임자들까지 출동해 방재대책을 수립하고, 이를 실행하는 전 과정이 이루어졌다. 훈련 개시 직후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해 현장을 지휘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 인근에도 단층이 지나는 등 서울도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라고 할 수만은 없다. 시와 시민이 합동해 평소 훈련을 통해 대비한다면 어떤 재난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