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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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네, 연탄이요, 지금 갑니다”

서민의 따뜻한 겨울을 위해… 묵묵히 연탄 배달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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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연탄이요. 지금 갑니다.” 추워진 날씨 속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삼천리 연탄공장이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 연탄을 가득 싣고 출발 준비를 마친 최권식(60)씨의 전화기가 또 울린다. “가격이 올랐다는데 얼마예요?” “장당 580원입니다.” “80원이나 올랐어요?” 7년 만에 연탄가격이 올랐다. 가격 인상에 연탄을 주로 사용하는 이웃들의 겨울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삼천리연탄공장에서 한 직원이 48년 된 연탄제조기계(쌍탄기)를 고치고 있다. 1분에 30회전으로 60장의 연탄을 찍어내는 쌍탄기는 1시간에 3600장의 연탄을 만든다.
연탄공장 쌍탄기 옆에 마련된 직원의 작업대.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나오는 연탄을 차량에 싣고 있는 직원들.
배달부들이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나오는 연탄을 차량에 싣고 있다.
배달하기 위해 연탄을 싣고 난 뒤 남은 자국들.

14살 때부터 수색 삼천리 연탄공장에서 조수로 일을 시작했다는 최씨가 “25년 전만 해도 수색과 화전 지역의 연탄은 내가 다 배달했어요. 그런데 최근엔 아파트 재개발로 일터가 사라졌어요. 어디 나 같은 배달부가 한둘이겠어요? 

배달 중인 최권식씨가 예전 삼천리공장 이야기를 들려준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새벽 4시부터 저녁 늦게까지 밥 먹을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쁘게 일했는데 요즘은 저녁을 집에 가서 먹을 정도로 한가해요”라며 말을 건넨다.
양손에 8개의 연탄을 들고 배달 중인 최씨. 모두 28kg이 넘는다.
최권식씨의 고무장갑이 연탄 색과 같은 까만색으로 변해있다.
연탄 한 장 무게가 3.6kg, 한 손에 4개씩 양손에 28kg가 조금 넘는 연탄을 집게로 잡고 힘들게 골목길을 오른다. 공장에서 연탄을 싣고 하치장에 도착해 다시 작은 차로 옮겨 싣고 가정집까지 배달해 받는 돈은 100원 정도. 그나마 화원이나 가정집에서 연탄난로를 사용해 꾸준한 수요가 있다고 한다. 
남양주병원 직원들이 연탄 나르기 봉사를 하고 있다.
이명자 할머니가 창고에 쌓여가는 연탄을 흐뭇한 표정으로 보고 있다.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에 홀로 사는 이명자(76) 할머니 집이 남양주병원 직원들로 북적인다. 겨울을 앞두고 창고에 연탄을 옮기는 봉사활동을 나온 이들이다. 추운 겨울을 나려면 하루에 연탄 4장가량이 필요하다. 조금 부족한 양이지만 따뜻한 겨울을 보낼 생각에 할머니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명연식·김영석씨 부부가 연탄을 나르고 있다. 30년간 같이 배달 일을 하고 있다.
명연식씨가 배달을 마친 뒤 검은색으로 변한 손과 집게질로 인한 굳은살을 보여주고 있다.
김영석(오른쪽)씨가 일을 마친 뒤 남편의 얼굴에 묻은 연탄을 닦아주고 있다.
명연식(63)·김영석(61)씨 부부는 30년간 함께 연탄배달을 하고 있다. “오늘은 자원봉사자들이 있어 좀 편했어요. 남편이 먼저 배달 일을 시작했는데 아이들이 크고 남편이 힘들어해 같이 다니게 되었어요. 지금은 눈빛만 봐도 호흡이 척척 맞는다”며 남편의 얼굴에 묻은 연탄자국을 닦아준다. 1980년대 후반까지 ‘국민 연료’로 사용된 연탄은 기름보일러의 확산, 도시가스의 보급으로 사용량이 급격하게 줄었다. 그래서 부부는 남양주 일대는 물론 멀리 천안까지도 배달을 간다.

아직도 연탄으로 겨울을 나야 하는 에너지 빈곤층이 전국에 16만 가구가 넘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2020년까지 화석연료 보조금을 폐지해야 해 지속적으로 연탄가격 인상 조치가 필요하다고 한다. 연탄배달부들은 말한다. 점점 비싸지는 연탄, 우리 직업도 이제 몇 년 남지 않았다고. 22공탄(연탄의 구멍수)은 박물관에서나 볼 것 같다며 연탄을 주고받는다.

사진·글=이재문 기자 m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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