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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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각자 朴대통령 대리"…헌재-국회 향한 '승부수'?

국회엔 '전선 확대' 부담…헌재엔 쟁점 재점화해 심리 요구
심판 일정 전체에 끼칠 영향은 미지수…막판 활용전략 주목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을 방어하는 대통령 대리인단이 변론 막바지에 내놓은 '각자 대리' 카드의 의미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통령 대리인단 이중환 변호사는 전날 변론 후 브리핑에서 "대리인단에 가입된 변호사들이 각자 의사대로 법리적 판단에 따라 각자대리 형태로 변론행위가 이뤄지고 있다"며 "대표대리인은 송달 편의를 위해 헌재가 지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 심판` 15차 변론에 참석한 이중환 변호사 등 대통령 측 변호인들이 귀엣말을 하고 있다.
헌재는 이날 변론에서 "최종 변론기일을 24일에서 3월 2일 혹은 3일로 다시 지정해달라"는 대통령 측 요구를 심리한다.
'각자 대리'는 일단 각각의 대리인이 독자적인 방법으로 피청구인인 박 대통령을 위해 변론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이를 일반 형사재판처럼 여러 변호인이 재판 쟁점을 나눠 변호하는 방식이 아니라, 탄핵사유의 모든 쟁점을 각자의 방식으로 방어하겠다는 취지로 풀이한다.

대통령 측이 각자 대리 방식을 취하면서 대통령과 국회의 변론 공방은 '전선'이 여러 곳으로 확대돼 복잡해지는 모양새다.

국회 소추위원단의 입장에서는 수 명의 대리인과 변론을 벌여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으로 작용한다. 반면 대통령 대리인단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줄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양측이 이미 정리한 쟁점을 새로 투입된 대리인이 다시 제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논쟁이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날 변론에서 대통령 대리인 일부가 '탄핵소추의결의 적법절차 위반' 문제를 다시 꺼내 든 것도 그중 하나로 볼 수 있다.

다만, 이미 헌재가 사실상 모든 절차를 대부분 마무리한 상태여서 실제로 심판에 영향을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심판 지연을 위해 각자 대리 체제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변론에서 여러 쟁점에 관해 계속 의견을 제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변론에 시간을 더 투입하도록 만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한편으로 이 방식은 역설적으로 대통령 측이 헌재에 내놓은 일련의 카드가 '소송 지연' 목적이 아니라는 점을 부각하려는 수단으로도 읽힌다. 만약 각자 대리 논리가 아니라면 대통령 측의 행위가 심판 일정을 늦추려는 의도로 일사불란하게 이뤄진 행위가 아니라고 설명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전날 김평우 변호사가 '필리버스터'와 유사한 장시간 변론을 펼치며 주심 강일원 재판관에게 거센 언사를 내놓은 것, 조원룡 변호사가 강 재판관 기피 신청을 한 것, 이동흡 변호사가 각종 쟁점에 관한 입장을 밝히면서 최종변론일을 3월 2∼3일로 제시한 것 등은 사실상 '돌발행동'이라고 보기 어렵다.

큰 틀에서 계획을 짜고 시나리오에 따라 연출된 행위라는 것이다. 다만, 그 구체적인 실행 방법에는 세세한 제한을 두지 않고 각자의 역량에 맡기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돌출행동은 나올 수 있지만, 목적 자체에는 변함이 없다. 표면적으로는 '각자 대리여서 서로의 주장에 관여할 수 없으며 서로 조율된 행위도 아니었다'고 방어할 수 있다.

각자 대리인 점을 활용해 27일 최종변론에 대통령 대리인 전원이 돌아가며 최후 진술을 시도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다만 이미 헌재가 최종변론일을 확정한 상태여서 심판 지연 등의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16차례 변론을 통해 모든 쟁점이 정리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한편 각자 의사대로 판단하는 형태라고 밝히면서 대통령 대리인단이 갖고 있던 '대리인 전원 사퇴'라는 선택지의 경우 더는 활용할 명분이 없어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최종변론을 목전에 두고 대통령 대리인단이 뒤늦게 강조한 '각자 대리' 카드를 향후 어떤 식으로 활용하지 주목된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