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때릴 듯 하더니 '유화 제스처'… 美 대북정책 '오락가락'

국제사회 “종잡을 수 없다” 비판
미국 정부의 대북정책이 어떤 내용인지 종잡을 수 없다는 비판이 국제사회에서 제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등이 대북 군사옵션과 북한과의 대화 모색 등 전혀 상반된 입장을 널뛰기식으로 번갈아 발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틸러슨 장관은 지난 27일(현지시간) NPR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화의 문을 열어 놓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북한 정권의 붕괴나 한반도의 급속한 통일을 모색하지 않는다”면서 “우리가 원하는 것은 한반도의 비핵화”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전미총기협회(NRA)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에 대한 군사 행동과 함께 대화를 촉구하는 등 일관성 없는 대북정책을 펴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애틀랜타=AP연합뉴스
그의 이런 입장 표명이 나온 지 몇 시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한 외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과 심각한 무력 충돌이 있을 수 있다. 절대적으로 그렇다”고 말했다.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하면 트럼프 정부가 군사력을 동원해 보복 응징에 나서거나 선제타격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예고한 것이다. 북한에 대한 군사 공격을 검토하면서 북한에 정권 유지와 체제 보장을 약속하는 것은 서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정 현안이 발생하면 일단 극단적인 입장을 취하는 경향이 있다. 그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폐기하겠다고 선언했다가 금방 재협상하는 쪽으로 태도를 바꿨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비용 10억달러 한국에 청구’ 발언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이미 사드 비용을 대기로 한국과 합의했음에도 엉뚱한 소리를 한 것이다. 

위용 과시 한·미 연합군사훈련인 독수리(FE)연습 종료를 하루 앞둔 29일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 전단이 동해에 진입해 우리 해군과 연합훈련에 돌입했다. 사진은 칼빈슨호(가운데)가 지난 28일 일본 해상자위대의 아시가라(호위함), 사미다레함(〃)과 미국 해군의 웨인 E 메이어함(이지스구축함), 마이클 머피함(〃), 레이크 챔플레인함(이지스순양함·뒷줄 왼쪽부터)과 함께 훈련하며 필리핀해를 통과하는 모습.
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국무부·국방부 대변인을 지낸 존 커비는 CNN 기고에서 트럼프 발언에 대해 “한국 방어는 부동산 거래가 아니다”고 일침을 놨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이 같은 조변석개식 전략으로 북한 문제에 대처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은 상습적으로 벼랑끝 전술을 동원해왔으나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벼랑끝 전술로 북한 문제에 대처하고 있다고 NYT는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보내려는 메시지는 예고 없이 미국이 군사 작전을 감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중해 동부 해상에 있는 미 해군 구축함 로스함에서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이 시리아 공군 비행장을 향해 발사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시리아에 토마호크 미사일 59발을 투하하는 전격적인 군사 작전을 실행했다. 아프가니스탄에도 ‘폭탄의 어머니’로 불리는 GBU-43을 투하했다. 트럼프 정부는 이 같은 군사력 동원이 북한에 보내는 메시지라는 태도를 보여왔다. 트럼프 정부는 그러나 토마호크 미사일 발사나 GBU-43 투하 이후 별다른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미 정부는 장기적인 전략이 없는 상태에서 즉흥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틸러슨 장관은 지난 4일 북한이 중거리 미사일을 시험발사하자 “미국은 그동안 북한에 관해 충분히 얘기를 했다. 더 이상 언급할 것이 없다”고 짤막하고 이례적인 성명을 냈다. 틸러슨 장관은 최근에는 이 같은 입장 표명이 무색할 정도로 북한 문제에 관해 연일 입장을 밝히고 있다. 미국 시사종합지 애틀랜틱은 “트럼프 정부의 북한에 대한 입장이 자주 바뀌는 바람에 트럼프 정부가 실제로 북한에 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으며 새 정책 구상이 나왔을 때 그 의도가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