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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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먼 공익제보] ‘동병상련’ 피해자들 지원 계기… ‘새 삶’ 개척

고통 딛고 재기한 공익제보자들 / 정진극씨 복직 선례 남기고 자진퇴사 / 2015년부터 국회의원실 보좌진 생활 / 군납비리 밝히고 소령 전역 김영수씨 / 공익신고 전문가로 활동 등 ‘제2 인생’
공익제보자들은 공익제보를 하는 순간 크든 작든 불이익을 감수하게 된다. 때로는 소속 기관을 떠나 예상치 못했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하지만 오히려 새로운 인생을 살게 돼 다행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국민의당 최도자 의원실에서 일하고 있는 정진극 비서관은 공익제보 이후 새로운 인생을 개척했다. 
 
(왼쪽부터)정진극 비서관, 김영수 소장

포스코 계열사 포스메이트에서 일하던 그는 2012년 8월 포스코와 포스메이트가 정부의 동반성장사업에 참여하면서 허위실적자료를 제출해 부당한 인센티브를 받았다는 내용을 사내에 신고했다. 회사가 잘못을 바로잡고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한 행동이었지만 회사 측은 오히려 그를 해고했다. 그는 한동안 지옥 같은 시간을 견뎌내야 했다.

이후 당시 민주당 김기식 의원과 국민권익위원회의 신고를 거쳐 이 사건을 이첩받은 공정거래위원회는 2013년 9월 30일 포스코에 동반성장 우수기업 지정 취소, 인센티브 취소 등의 조치를 취했다. 그는 긴 재판을 거쳐 2014년 해고무효 판결을 받아낸 뒤 바로 자진 퇴사했다.

그는 “(더 이상 회사에 다닐 수 없다고 생각해) 복직을 하든 안 하든 사실 중요하지 않았지만 추후에 내부고발하는 분들이 계속 나올 텐데 복직했다는 선례를 남기는 게 도움이 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가 내부고발이라는 ‘감옥’에서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어쨌든 재판이 끝났기 때문이고 이제는 내부고발을 했던 것을 극복한 상태”라고 말했다. 

직장에서 나온 그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을 돕는 일을 하기 위해 노무사 자격시험을 준비하면서 치킨집 아르바이트, 공익제보자 지원단체 활동 등을 했다. 공익제보자 지원 활동을 인정받아 2015년부터 권은희 의원실에서 국회 보좌진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정 비서관은 “국회에서는 정부기관의 잘못을 찾아서 문제제기를 하는 게 본업이기 때문에 어찌보면 전문 공익제보자로 일할 수 있다”고 만족해했다.

이밖에도 해군본부 간부들의 군납비리 사건을 세상에 알린 뒤 소령으로 전역하고 ‘공익신고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영수 국방권익연구소 소장 등 새로운 길을 걷고 있는 공익제보자가 많다.

특별기획취재팀=김용출·백소용·이우중·임국정 기자 kimgij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