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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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미 친선행사에 재 뿌린 무책임한 반미 선동

경기도 의정부시가 10일 오후 개최한 ‘미2사단 창설 100주년 기념 콘서트’가 파행으로 끝났다고 한다. 무대에 선 인기가수 인순이씨는 “여러모로 사정이 있어서 오늘은 부득이하게 노래를 못 하게 됐다”며 고개 숙여 인사만 하고 내려갔다. 록밴드 크라잉넛도 사과의 말만 남긴 채 공연장을 떠났다. 포스터에까지 소개된 다른 초청가수 EXID, 오마이걸, 스윗소로우, 산이 등은 아예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았다.

행사 파행의 이면에는 지역 시민·사회단체의 반미 정서가 자리하고 있다. 이들은 “2002년 미 2사단 장갑차에 압사당한 두 여중생 효순이, 미선이를 기억하느냐”며 반미 감정을 부추겼다. 공연장 밖에서 ‘시민의 세금으로 미군 위안잔치 웬 말이냐’는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일부 네티즌은 출연 예정이던 가수와 소속사 등에 집요하게 불참을 종용했다. 이들의 압력에 주한미군을 아버지로 둔 인순이씨는 자신의 대표곡 ‘아버지’를 부르지도 못한 채 대기실에서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이번 행사는 의정부시가 미 2사단 창설 100주년을 맞아 장병을 격려하고 한·미동맹을 기리는 뜻에서 마련했다. 미 2사단은 6·25전쟁 때 미 본토에서 처음으로 부산항에 도착한 부대로, 현재 주한미군 병력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내년 평택기지로 옮겨가는 미 2사단을 송별하는 의미도 담겼다. 그런 자리에서 섬뜩한 반미 구호를 들은 미군들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행사에 참석한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과 토머스 밴덜 미 8군사령관을 비롯한 미 장병 400명은 이들의 시위 장면을 끝까지 지켜보고 있었다.

주한미군은 북한 도발을 저지하고 대한민국의 안보를 지키는 핵심 전력이다. 그런데도 좌파 성향의 시민·사회단체는 미군들을 폄하하고 반미 감정을 부채질한다. 시위대에 길이 막힌 경북 성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는 유조차가 들어가지 못해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쏘았을 때 정작 가동되지 못했다.

지금은 가뜩이나 사드 배치 문제로 한·미동맹의 균열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런 판국에 일부 몰지각한 단체들이 반미 감정을 자극한다면 양국의 관계는 악화될 수밖에 없다. 우리 내부에서 이들의 무책임한 언동을 정화하지 못한다면 결국 한·미관계에 심각한 위협으로 돌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