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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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드 갈등 넘어 혈맹 다지는 한·미 정상회담 되길

한·미 정상회담의 구체 일정이 잡혔다. 청와대는 어제 발표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29~30일 미국 워싱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고 밝혔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역대 정부 중에서 취임 후 가장 빠른 회담이지만 가장 불확실한 회담이라는 우려가 없지 않다. 양국 간에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방위비 분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등 첨예한 현안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최근 양국 간 미묘한 인식 차이를 드러낸 사드 배치 문제는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공산이 크다. 정상회담 의제 조율을 위해 방한한 토머스 섀넌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은 어제 임성남 외교부 1차관과 만난 뒤 “한국 국민뿐 아니라 동맹군(주한미군), 중요한 안보 파트너 등의 보호에 대한 공약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동맹군 보호에 대한 공약을 거론한 것은 사드 배치의 당위성을 역설한 것으로 판단된다. 사드 문제가 한·미 정상회담에서 핵심 의제로 집중 논의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사드 문제는 국내적 조치로 여기는 문 대통령의 판단과는 달리 이미 한·미 간에 가장 중요한 외교 이슈로 떠오른 상태다. 미국 정부는 청와대가 7일 사드 배치와 관련해 사업인가 전 시행하는 전략환경영향평가 가능성을 언급한 데 대해 강한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날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을 백악관으로 불러 사드 문제를 논의했다는 사실은 미국 정가의 기류를 짐작케 한다.

한·미 동맹은 한국 안보를 유지해온 주춧돌 같은 존재다. 미군은 북한이 6·25 남침을 했을 때 가장 먼저 달려와 자유를 지켰고, 우리는 그런 미국의 안보 우산 아래에서 자유와 번영을 이루었다. 정권이 바뀌어도 결코 변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문 대통령 역시 부모가 1950년 12월 흥남철수 때 미군의 메러디스빅토리호에 타지 못했다면 오늘의 자리에 있지 못했을 것임이 자명하다. 문 대통령이 방미 길에서 빅토리아호의 당시 선원을 만나기로 한 것도 이런 생명의 은인에 대한 보은의 표시일 것이다.

사드 문제가 혈맹의 한·미 관계에 앙금으로 남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새 정부는 사드 갈등이 조기에 봉합될 수 있도록 정상회담 준비에 한 치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이번 정상회담이 양국의 신뢰를 재확인하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혈맹의 우의를 다지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