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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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환 "징병제 아래 병역은 감옥과 유사"… 부적절 안보관 논란

안경환 법무장관 후보 과거에 쓴 글 부메랑 / 2016년 9월 국회 모병제 토론회서 “썩는다라는 표현 공감 이유 있다” / 언론 칼럼선 “끌려온 사병” 표현도 / 아들한테 보내는 편지 형식 저서엔 “아메리카라는 또 하나 조국 있다” / 일각 “안보·국가관 등 문제
수십권의 저서를 펴내고 각종 매체에 왕성하게 칼럼을 기고한 안경환(69)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과거에 쓴 글들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법무 수장에 지명되자마자 자신의 글들이 부메랑이 돼 발목을 잡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또 안 후보자 본인은 서울대 법대 졸업 후 군복무를 마쳤지만 정작 군대에 관한 그의 발언 일부는 고위공직자로서 다소 부적절한 안보관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서울 종로구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세종로출장소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안 후보자는 지난해 9월 국회에서 열린 모병제 관련 토론회에서 “징병제 아래에서의 병영은 강제로 집단 수용된다는 점에서 본질적 성격이 감옥과 유사하다”며 군대를 감옥에 비유했다. 이어 “‘군에서 썩는다’라는 냉소적 표현이 국민적 공감을 얻는 이유가 있다”고도 했다. 청년들의 국방의무 이행이 ‘시간낭비’라는 오해를 살 수 있는 표현이다.

안 후보자는 2012년 한국일보에 기고한 모병제 관련 칼럼에선 “군대를 다녀왔든, 면제받았든 모든 사내는 피해자”라며 “군복무로 인한 사회와의 단절은 일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끌려온’ 사병의 경우는 더욱더 그러하다”고 밝혔다. “군을 면제받은 사내는 평생토록 은근한 멸시의 눈초리를 각오해야만 한다”라고도 했는데 이는 장애나 질병 등 정당한 사유로 군복무를 하지 못한 남성들에겐 인권침해가 될 수 있는 발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안 후보자가 모병제의 장점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라고 해도 ‘썩는다’, ‘끌려온’ 등의 표현은 다소 부적절한 것 같다”며 “안보위기가 고조되는 요즘 고위공직자일수록 투철한 안보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두 자녀가 한국과 미국 이중국적자인 안 후보자의 국가관도 입방아에 올랐다.

그는 2000년 펴낸 저서에 아들한테 보내는 편지 형식을 빌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조국으로 섬기도록 강요받겠지만 너에게는 아메리카(미국)라는 또 하나의 조국이 있단다”라고 적었다.

지난해 출간한 ‘남자란 무엇인가’라는 에세이는 “여성은 술의 필수적 동반자”라거나 “젊은 여성의 몸에는 생명의 샘이 솟는다. 그 샘물에 몸을 담아 거듭 탄생하고자 하는 것이 사내의 염원” 같은 구절이 여성 비하 논란을 일으켰다.

앞서 한국여성단체연합은 “한국 사회에서 여성 차별, 여성 비하, 여성 혐오는 가장 오래되고 강력한 적폐”라며 “인사검증 기준에서 성평등 관점이 무엇보다 중요한 기준이 돼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1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서울 종로구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세종로출장소로 출근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안 후보자가 2014년 광주일보에 기고한 칼럼에서 ‘다운계약서를 통해 부동산 취득세를 덜 냈다’, ‘음주운전도 적발되진 않았지만 여러 차례 있었다’ 는 등의 고백을 한 것도 도덕성 논란을 자초했다.

파문이 커지자 안 후보자는 14일 여성 비하 논란에 대해 “언론에 언급된 부분은 남자의 욕구, 공격성, 권력 지향성과 그에 따른 남성 지배체제를 상세히 묘사하고 비판하기 위해 쓴 표현들”이라며 “여전히 성욕에 매몰되어 있는 시대착오적인 남성들의 행태에 경종을 울리고 궁극적으로 남성의 구태적 지배문화를 대체하는 여성의 소프트파워를 주목하며 남성 사회의 대변혁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기술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기타 논란에 대해선 “저서 및 칼럼의 개개 단어·문장보다는 전체적 맥락을 보면 그 취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며 필요하다면 청문회에서 소상히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