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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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美언론과 잇단 인터뷰…'이상기류' 해소 총력전

WP 이어 CBS 방송과 인터뷰 / 문정인 발언·촛불혁명 등 언급 / 웜비어 사망엔 “인권 중시” 강조 / 정상회담 전 ‘유대 강화’에 전력
美 방송과 ‘첫 번째’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전 청와대 녹지원에서 미국 CBS방송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일주일여 앞두고 미국 주요 언론들과 잇달아 인터뷰를 했다. 오토 웜비어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20일에는 이례적으로 문 대통령 명의의 조전을 유가족에게 보냈다.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보의 방미 중 발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추가반입 진상조사 등이 촉발한 양국 간 난기류를 해소하고 상호 유대를 강화하기 위해 진력하고 있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20일 오전 미 CBS방송의 뉴스 프로그램 ‘디스 모닝’(This Morning)의 노라 오도널 앵커와 인터뷰를 가졌다고 밝혔다. 지난달 10일 취임 이후 미국 방송과의 첫 번째 인터뷰다. 오도널은 전날 광화문 앞에서 현지 연결을 통해 문 대통령 인터뷰 방송을 예고하며 “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햇볕정책 재조명에 대해 밝힐 것”이라며 “문 대통령은 북한 핵 프로그램 동결을 조건으로 김정은 노동당위원장과 무릎을 마주 대고 앉아 대화하기를 원한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오도널 앵커와 동북아시아 평화를 위한 한·미 관계와 취임 한 달을 맞는 소감, 조기대선을 불러온 촛불혁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청와대가 전했다. 인터뷰에서는 문정인 특보가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하면 미국과 논의를 통해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고 발언한 것에 대한 질문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이 발언을 “개인 의견”으로 일축하면서도 문 특보에게 엄중 경고했으나, 이미 워싱턴 정가에 미묘한 파장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전 청와대 녹지원에서 CBS 디스 모닝(This Morning)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오도널 앵커가 주한미군의 딸로서 10살 때부터 2년간 서울 용산에서 살았던 지한파인 점도 인터뷰 성사 배경으로 보인다. 오도널은 미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능숙하지는 않지만 한국어를 배웠고 한국 음식을 좋아한다. 한국에서 태어난 동생도 있다”며 “한국에서 영어 교육용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방송인 경험도 처음 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WP와도 인터뷰를 가졌다. 25일자 신문에 게재될 예정인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에 억류됐다가 의식불명 상태로 송환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북한이 인도적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며 “북한이 인류의 보편적 규범과 가치인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대단히 개탄스럽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인권변호사 출신으로 인권을 국정 운영의 한 축으로 설정하고 있는 문 대통령이 평소 철학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전 청와대 녹지원에서 CBS 디스 모닝(This Morning)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웜비어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이날 문 대통령은 유가족에게 조전을 보냈고, 정부 입장을 통일부나 외교부가 아닌 청와대가 직접 설명했다. 한·미 정상회담을 코앞에 두고 웜비어 사망으로 미국 내 대북 정서가 악화되고 북·미 관계의 커다란 걸림돌로 떠오름에 따라 한국 정부도 유감을 나타내며 미국민을 위로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웜비어 사망) 문제에 대한 진심을 미국 국민과 유가족에게 충분히 보여드리는 것이 우리가 지금 상황에서 해야 할 일이라고 판단했다. 아침 회의에서 참모들의 건의가 있었고 대통령이 이를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북한에 대한 압박·제재와 대화를 병행하는 문제와 웜비어 사망 건은 별개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