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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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유통공룡’ 아마존 제국이 일으킨 온·오프 ‘올 코트 경쟁’

베조스 1994년 창립땐 성공 미지수 / 연매출 10억불서 2016년 1360억불 / 클라우딩 서비스·워싱턴포스트 인수 / 전자책·스트리밍 시장·영화제작 도전 / 이젠 식품유통사 홀푸드 사들여 파장 / 잇단 사업 영역 늘리기에 우려

 

온라인 책방으로 출발한 아마존이 정보기술(IT) 산업의 총아를 거쳐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기업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아마존은 1994년 미국인 청년 사업가 제프 베조스가 창립했다. 베조스가 창립 당시 예상한 아마존의 성공 가능성은 30%에 불과했다. IT 기반의 스타트업 생존율 10%에 비하면 높았지만 최고경영자(CEO)도 낙관하지 못한 게 아마존의 미래였다. 1999년 시사주간지 타임의 ‘올해의 인물’로 선정됐을 때 베조스는 “(성공 가능성 30% 예상도) 낙관적 전망이었으며, 실제로는 실패할 것으로 여겼다”고 토로했다. 당시 아마존의 연 매출액은 10억달러를 돌파했지만, 손익분기점은 넘기지 못한 상태였다. 창립 20년을 넘긴 2016년 연 매출액은 1360억달러를 돌파했다. 전자상거래와 방송·연예 엔터테인먼트 제작까지 망라한 매출액이었다. 

아마존은 지난달 중순 대표적인 식품유통회사인 ‘홀푸드’ 인수를 발표하며 온·오프라인 업계에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버지니아 커먼웰스 대학교 브랜드센터의 켈리 오키프 교수는 “아마존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분야는 사실상 남아 있지 않다”고 평가했다.

◆온라인 도서 판매→오프라인 유통시장 장악

아마존이 “세상에서 가장 큰 서점”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사업을 본격화한 것은 1995년 7월이었다. 미국인들이 아직 반스앤노블과 크라운북스 등 미국 대형 서점에 익숙할 때 나선 도전이었다. 아마존의 도전은 이후 세계 각지에 온라인 서점 열풍을 일으켰다. 이런 흐름을 이어받아 한국에서도 예스24와 알라딘 등이 온라인서점 시대를 열었다. 온라인을 통해 책을 판매하는 아마존의 낯선 도전은 각종 장벽을 허물었다. 사업 본격화 2년 만인 1997년까지 250만권을 판매했으며, 그해 판매액은 1억4800만달러였다. 고객은 150개국에 걸쳐 150만명에 달했다. 1997년 5월엔 기업공개에 나섰다. 주당 주가는 18달러였으며, 시가총액은 4억7500만달러를 기록했다. 

도서판매 분야의 성공을 바탕으로 아마존은 전자상거래에 뛰어들었다. 전자상거래 분야 진출은 아마존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컴퓨터와 장난감, 신발 등 일상용품에 이르기까지 고객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제품의 가격과 성능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확인한 뒤 아마존을 통해 구입했다. 전통적인 도매·소매 시장이 유통·물류비로 규모의 경제 구현에 힘들어하는 사이 아마존은 유통망 단순화로 이익을 극대화했다. 2000년대 들어 아마존은 또 다른 도약을 일궈냈다. 애플의 스마트폰 시대가 열릴 때 아마존은 IT를 기반으로 한 웹서비스를 통해 황금광맥을 뚫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IBM 등 기존 IT 업체들과의 치열한 경쟁을 거치고도 최근 1년 동안 클라우딩 서비스 분야에서 150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아마존은 미국의 대표적인 언론사인 워싱턴포스트(WP)를 인수했으며, 전자책과 오디오·비디오 스트리밍 시장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발했다. 이제는 영화 제작업체로도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미디어 전문가인 폴 데르가라베디언은 “2∼3년 안에 아마존의 영화작품이 아카데미상 경쟁후보작에 오르는 것을 상상하기는 어렵지 않다”고 밝혔다.

◆온·오프라인, 도·소매 시장의 영역을 넘본다

아마존의 식품업체에 대한 관심은 오래됐다. 아마존은 1999년 ‘온라인 슈퍼마켓’을 가동했으며, 2007년 ‘아마존 프레시’를 설립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 식품배달업은 오랜 기간 아마존 본사가 있는 시애틀 주변에서 대부분 이뤄졌다. 2013년 캘리포니아주를 포함해 뉴욕, 필라델피아, 일본 도쿄, 영국 런던까지 배달망을 확장했으나 여전히 한계를 보였다. 지난달 137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홀푸드 인수는 차원이 다르다. 뉴욕타임스는 아마존이 홀푸드 인수를 통해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 데이터를 구축하면 온·오프라인 시장에 거대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국내에 산재한 홀푸드 점포는 440개에 달한다. 동부와 서부 대도시를 중심으로 조밀하게 분포하고 있다. 미국 부유층 가구의 3분의 1 이상이 홀푸드 점포들과 물리적으로 가까운 거리에 거주하고 있다. CNN머니는 “출판과 전자상거래업체에서 기존 모델을 창조적으로 파괴한 아마존에 인수된 홀푸드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식료품 유통업체로 거듭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비슷한 시기에 아마존은 의류와 액세서리를 구매하기에 앞서 미리 착용해 볼 수 있는 ‘프라임 워드로브’ 사업을 시작했다. 오프라인 의류 시장의 핵심인 백화점에 던진 충격파는 상상 이상이었다. 아마존의 신사업 발표로 노드스트롬과 메이시스 등 백화점들의 주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아마존 CEO 베조스는 이렇게 매번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그 바탕은 혁신이다. 4반세기 동안 그를 지탱한 것은 창업 정신이다. 그에게 창업정신의 약화는 죽음이 동반되는 정체로 인식된다.

그렇다면 아마존의 다음 발걸음은 무엇일까. 당장은 사무용 모바일 메신저인 ‘슬랙’ 인수전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많은 가운데 당일 배송 서비스 기능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수합병으로 범위를 좁혀본다면 편의점이나 소매점포사업에 눈독을 들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인공지능 기술 플랫폼 업체로 거듭날 수 있다. 이와 함께 데이터 처리 능력과 인공지능 도구를 통해 의료분야에 진출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서비스와 하드웨어, 물류, IT 등 각종 분야를 경험한 아마존의 미래는 그만큼 짐작하기 힘들다. 아마존의 성공이 당장은 고객에게 혜택을 주지만 다른 독점기업의 폐해를 드러내지 말라는 법도 없다.

워싱턴=박종현 특파원 bal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