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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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talk톡] 인텔 넘고도 웃지 못하는 삼성

자존심 상한 美 자극할라… 조용한 축제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 세계 최대 반도체회사인 인텔을 제치고 글로벌 반도체 시장 1위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반도체 슈퍼호황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이 기대되는 가운데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 지 43년 만에 처음으로 ‘반도체 왕좌’에까지 오르게 된 것입니다. 축포를 터뜨릴 만한데도 삼성전자는 맘놓고 웃지 못하는 눈치입니다.

노무라증권은 올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매출이 636억달러로 인텔(605억달러)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IHS 역시 2분기부터 삼성전자의 매출이 인텔을 넘어선 뒤 이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삼성전자 직원들은 축제 분위기입니다. 이런 성과에 대한 보상으로 반도체사업부 직원들은 월 기본급 100% 수준의 목표달성 장려금(TAI)을 지급받게 됐으니까요. 하지만 삼성전자는 대외홍보는 자제하는 눈치입니다. TV나 냉장고, 세탁기 등의 시장점유율을 놓고 경쟁사와 치열한 장외 홍보전을 벌이던 모습과 대조적이죠. 삼성전자가 이처럼 표정관리를 하는 것은 미국의 ‘반도체 자존심’ 인텔을 제쳤다는 부담 때문입니다. 인텔은 미국 반도체의 상징이자, 24년간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을 지배했던 기업입니다.


정필재 산업부 기자
앞서 삼성은 미국 가전회사를 물리치고 미국 가전점유율 1위를 차지한 후 ‘텃세’에 시달렸습니다. 안방을 내준 월풀은 집요하게 반덤핑 제소 압박을 가했고, 최근에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세탁기 긴급수입제한(세이프가드) 청원을 내기도 했습니다.

수개월째 총수와 컨트롤타워 부재가 이어지는 가운데 새 정부는 재벌개혁을 외치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워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반도체 1위’라는 역사적 순간을 만끽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재계에서는 너무 잘나가도 걱정이라는 한숨이 나옵니다.

정필재 산업부 기자 rus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