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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불법 정치 개입' 파문] 현직 검사 파견해 수사 준하는 고강도 조사 … ‘정치 개입’ 규명

국정원 ‘적폐청산 TF’ 어떻게 운용되나
국가정보원이 세계일보가 입수해 공개한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장악’ 보고서 등에 대해 조사 방침을 밝힘에 따라 과거 국정원의 정치개입 사건을 규명할 적폐청산 TF(태스크포스)팀의 활동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적폐청산 TF는 국정원 개혁 발전위원회(위원장 정해구) 산하의 팀으로 조직쇄신 TF와 달리 그간 제기된 정치개입 의혹사건에 대한 조사를 맡는다. 이 때문에 국정원은 적폐청산 TF에 현직 검사들을 파견받아 수사에 준하는 강도로 조사를 벌인다는 방침을 세웠다. 적폐청산 TF의 책임자는 조남관 감찰실장(사법연수원 24기)이다. 이정수 법무부 형사사법공통시스템운영단장, 김태은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 부부장, 김락현 서울중앙지검 검사가 파견됐다. 국정원 개혁위는 12일 회의를 열어 적폐청산 TF 조사 등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첨부된 선거사범 수사상황 국가정보원이 2011년 10·26 재·보궐 거 직후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한 ‘10·26 재보선 선거사범 엄정처벌로 선거질서 확립’ 보고서. 국정원은 야권·좌파의 선거법 위반 혐의를 엄단해야 한다며 검찰과 경찰의 수사 현황을 첨부했다.
이미지 개선 제안 국가정보원이 2011년 10·26 재보선 직후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한 ‘2040세대의 대정부 불만 요인 진단 및 고려사항’ 보고서. 국정원은 20∼40대가 선거 때마다 야권 후보로 쏠림을 보인다면서 ‘불통’ ‘독단’ 등 이명박 대통령의 이미지를 개선할 것을 제안했다.
◆‘SNS 작성’ 보고서 등 댓글 조사 비중 클 듯

TF에서 조사할 대상은 모두 13건이다. 2012년 국정원 댓글 사건과 서울 공무원 간첩 증거 조작, 북방한계선(NLL) 관련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추명호 6국장의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보고, 세월호 참사 관련 의혹 등이다.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에서 정치 개입 논란이 컸던 사건들이다. 세계일보가 공개한 ‘SNS 장악’ 보고서 등은 국정원 댓글 사건과 묶어 조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정원 측은 원세훈 전 원장에 대한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인 댓글 사건 조사에 비중을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보고서 내용이 18대 대선을 앞두고 벌어진 국정원 댓글 사건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보고서들이 단순히 국정원에서 작성, 실행되는 데 그치지 않고 청와대에 보고됐다는 점에서 댓글 사건과는 조사 범위, 대상이 달라질 수 있다. 당시 이명박정부 청와대와 관련 정도, 청와대 지시 및 실행의 구체적 수준 등에 대해서도 확인 작업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SNS 장악’ 보고서의 경우 국정원과 검찰이 협업할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적폐청산 TF의 인원 수로는 관련자들에게서 확인작업을 벌이기 어렵고, 강제수사의 필요성이 제기된다는 점에서다.

실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느냐는 내부 조직원들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국회 정보위의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은 “국정원 전 직원이 국정원을 정치로부터 자유롭게 할 마지막 기회라는 공통인식을 바탕으로 (개혁에) 동참해 과거의 멍에를 벗고 새 국정원이 되겠다고 했다”며 “면밀하게 주시하고 살피겠다”고 밝혔다. 서훈 원장은 “(국정원) 내부 분열과 관계된 적폐도 중요한 게 상당하다. 그런 것까지 포함해 유념해서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국정원에 따르면 적폐청산 TF 활동과 관련해 내부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 중 81%가 “순수정보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적폐청산 TF가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한다”고 답변했고, 78%는 “의혹사건의 사실관계를 안다면 (조사에) 협력하겠다”고 응답했다. 

◆‘정치 보복 조사’ 논란 변수

적폐청산 TF가 조사한 내용을 개혁위에 보고하면 개혁위는 그때마다 관련 내용을 발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적폐청산 TF는 일단 올 연말까지 활동할 예정이지만 다루고 있는 사건의 규모와 대상자들의 크기를 고려하면 운영기간이 연장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 여당의원은 “국정원이 정한 13개의 조사대상은 최소한이라고 봐야 한다”며 “국정원 내부의 분열로 인한 적폐는 하나도 안 들어가 있다. 향후 국정원이 재량에 따라 조사대상을 더 넓힐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이명박·박근혜 정부 관계자와 야당의 반발 등도 변수다. 야당 의원들은 이날 정보위에서도 ‘정치 보복성 조사’로 변질될 수 있다고 우려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개입 의혹을 조사 대상에 포함시킨 점 등을 근거로 들고 있다. 자유한국당 소속 이철우 정보위원장은 “국정원을 정치에 끌어들이고 정치 보복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현 정부가)검찰, 국정원 개혁을 한다고 하는데 자체 개혁보다는 국회가 공안개혁특위를 만드는 게 국가적 차원에서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조현일·박현준·김민순 기자, 이도형 기자 hjyunpar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