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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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정원, 56년만에 국내파트 없앤다

2차장 산하 일부 국·지방지부 / 정보위 업무보고 때 “폐지” 밝혀 / 해외·北·방첩 관련 조직은 강화 / 경찰 정보수집 기능 확대 될 듯
국가정보원이 국내 정보를 다루는 부서를 없애기로 했다. 1961년 국가정보원 전신인 중앙정보부가 출범한 지 56년 만에 국내 정보를 다루는 부서가 완전히 폐지되는 것이다. 해외·북한·방첩 관련 조직은 강화될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11일 국회 정보위 업무보고에서 그동안 국내정보 수집을 담당해 왔던 2차장 산하의 일부 국 및 지방지부를 일괄 폐지하기로 했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위 관계자는 12일 통화에서 “국정원에서는 ‘이제 국내라는 단어는 없다’는 표현으로 조직 폐지에 대해 설명했다”고 전했다.

국정원이 폐지 방침을 밝힌 부서들은 그동안 국내 정보 수집 목적으로 운영돼 왔으며, 이를 두고 국내 사찰 의혹이 제기됐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직보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추모 전 국장이 소속돼 있던 부서도 폐지 대상 중 한 곳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 앞 진입 통제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국가정보원 앞 모습. 최근 ‘SNS 장악’ 보고서 등을 이명박 청와대에 보고한 사실이 밝혀져 파문을 빚고 있는 국정원은 국내정보 수집을 담당했던 2차장 산하 일부 국 및 지방지부를 일괄 폐지하기로 한 것으로 이날 알려졌다.
연합뉴스
국내 정보 담당 조직 폐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에 따른 것이다. 서훈 국정원장은 후보자 시절인 지난 5월2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국내에서 해서는 안 될 일을 하는 조직은 당연히 없어져야 한다는 뜻”이라고 조직개편을 시사한 바 있다.

다만 국내 파트를 폐지할 경우 대공 수사력 약화나 국내 정책 평가 기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으나 되풀이되는 ‘정치개입 논란’에 따른 조직 위상, 국민 신뢰 추락에 따른 폐해가 더 크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보위 관계자는 “그동안 국정원이 말로만 국내 사찰을 안 한다고 했지만 이번에는 담당 조직을 없애버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차후 다시 국내 정보를 수집하려고 해도 재가동이 사실상 어려워진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정원은 향후 대공 수사·간첩 색출과 같은 방첩 분야에 한해서만 국내 정보 수집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전날 정보위 여야 간사는 국정원 조직을 해외(1차장), 북한(2차장), 방첩(3차장)으로 재편한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폐지된 국 및 지방지부에서 근무했던 인력들은 재교육 후 해외·북한·방첩 조직에 재배치하겠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정보는 물론 사이버 안보, 산업스파이 대응 등 국가 경쟁력과 미래 먹거리 문제에도 비중을 둘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정보 수집 조직이 사라짐에 따라 국정원이 담당해 온 고위공직자 신원조회 및 존안자료 관리 등도 자연스럽게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 등에서도 관련 업무를 진행해온 터라 경찰 정보 수집이 더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