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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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없는 북'…정부 '선(先)유화조치' 신중론 선회

국방부 “선제적 대북 적대행위 중단 계획 없다” 밝혀 / 北측의 근본적 태도 변화 없이는 ‘대북 확성기 방송 중지 없다’ 시사 / 적십자회담 가능성도 희박 판단 / 北미사일 발사 임박설 영향준듯 / 韓·美 대북공조 엇박자 우려 감안 / 전문가 北호응 여부 예측 엇갈려
19일 오후 판문점에서 북한 경비병이 남측을 살피고 있다. 북측은 우리 정부의 군사당국회담과 적십자회담 제의에 대해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전협정일(7월27일)을 기해 남북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한 문재인정부의 선제 대북 적대행위 중지가 쉽지 않은 분위기다.

국방부 문상균 대변인은 25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이 군사당국회담 제의에 계속 호응하지 않을 경우 우리 군이 선제적으로 적대행위를 중지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럴 계획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는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는 한 군사분계선(DML) 주변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는 등 선제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군 관계자는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기는 쉽지만 재개는 훨씬 어렵다”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앞서 우리 정부가 제안한 남북군사당국회담이 무산된 21일에는 선제 조치에 대해 열린 입장이었다. 문 대변인은 당시 북한의 호응을 끌어내기 위해 선제적인 조치를 할 가능성에 대해 “현재 적십자회담 등이 남아 있는, 진행 중인 상황이라 그런 부분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후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변인의 발언 변화는 정부가 군사당국회담에 이어 8월1일 제의한 남북 적십자회담 개최 가능성도 작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1일 정세논설에서 “남조선 당국이 상대방을 공공연히 적대시하고 대결할 기도를 드러내면서 그 무슨 관계 개선을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한 것은 우리 측에 우호적인 선(先)조치를 우회적으로 요구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정부가 대북 우호 조치에 신중한 입장으로 선회한 것은 최근 북한의 군사 동향과 관련 있어 보인다. 미국 CNN 방송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임박했다고 보도했으며, 일본 NHK도 동해상에 북한 잠수함이 1주일 정도 활동하는 특이 동향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가 정전협정일을 즈음해 북한의 호응을 유도하기 위한 대북 선제조치를 한 뒤 북한이 미사일 발사 등에 나서면 난감할 수 있는 상황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북한 동향과 관련해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하리라고 생각한다”며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응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밝혔다.

특히 정부의 대북 군사당국회담·적십자회담 제의 후 한·미의 대북 공조 엇박자 우려가 나오고 있는 점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대화 제의에 대한 북한의 호응 여부에 대해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탄도미사일 탄두 중량을 늘리려는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 추진은 북측에 남북 회담을 거부할 명분을 하나 더 안겨준 셈”이라며 “침묵하기보다는 ‘진정성이 부족하다’며 노동신문 등 관영 매체를 통해 회담 거부의사를 밝힐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북한이 아직 대화 거부 입장을 명확히 하지 않음에 따라 여전히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는 분석도 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북측은 우리 정부의 제의에 응답하지 않고 있지만 거부한다고 밝히지도 않는 방식으로 대화에 나설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며 “북측도 문재인정부에 대해 기대감이 있고 대화를 통해 얻어내고 싶은 것들이 있기 때문에 자신들이 필요로 할 때 대화를 제안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