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포토에세이] 나무그늘 제집처럼… ‘길냥이 상팔자’

입추도 말복도 지나고 아침, 밤으로 제법 가을 티가 나는 바람이 불지만 한반도의 낮 시간 폭염은 여전하다. 더위는 사람에게만 힘든 게 아니다. 여름 해가 열기를 한창 뿜어대는 한낮에 길고양이들이 나무그늘에 누운 지 한참이다. 차량이 지나가든, 인기척이 들리든 말든, 카메라 셔터 소리가 요란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누군가 버려놓고 간 비닐봉지 앞에 자리를 잡은 걸 보니 봉지를 뒤져 요기를 한 모양이다. 최근 대규모 아파트의 재건축이 진행되면서 단지에 머물던 길고양이를 둘러싼 갈등이 생겨 주민들과 동물단체가 함께 ‘길고양이 이주 협의체’를 꾸려 문제를 해결한다는 한 지자체의 이야기가 불현듯 떠올랐다. 다른 동네 친구들의 소식을 아는지 모르는지 죄 없는 사람도 괜히 주눅 들게 만든다는 대검찰청 주차장에서 편안한 자세로 자리를 잡은 모습이 너무 귀여워 한참을 지켜봤다. 고양이 팔자가 상팔자다.

이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