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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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마에하라發(발) '야권 재편론' 솔솔… 고이케와 손잡을까

日 정치권 지각변동 예고 / 마에하라 “비판만하는 野 탈피” / 개헌·증세 주장… 당 분열 ‘불씨’ / 10월 중의원 보선 첫 시험대… 3곳 모두 집권 자민당의 ‘텃밭’… 1곳만 빼앗아도 아베에 타격 / 4개 야당 ‘선거 협력 유지’ 주목… 공산당과 단절 땐 分黨 가능성… 새 보수계 정당 결성 나설수도
일본 제1야당인 민진당의 새 대표로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55) 전 외무상이 지난 1일 선출됨에 따라 일본 정치권의 지형이 크게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마에하라 신임 대표는 야당 연대, 개헌 논의, 소비세율 인상 등에 대해 당의 방침과 다른 견해를 표명해 왔다는 점에서 민진당의 분열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그는 ‘정권 비판을 수용하는 그릇이 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지만 ‘민진당이라는 이름을 고집하지 않는다’고 여러 차례 밝혀온 점을 고려할 때 야권의 재편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도 나온다.
◆마에하라의 개헌·증세 지론은 분열 불씨 가능성

제1야당을 이끌게 된 마에하라 대표는 “자민당 이외의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헌법개정과 경제정책 등에 대한 민진당의 입장을 명확하게 해서 ‘비판만 하는 야당’이라는 지적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렌호 전 대표도 ‘제안 노선’을 내세웠지만 결국 ‘저항 노선’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민진당의 지지율은 한자릿수에서 맴돌았다.

개헌 논의에 대한 입장 정리는 당내 논란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민진당은 보수계와 진보계가 섞여 있는 탓에 개헌 논의에 대해 명확한 노선을 정하지 못했다. 단지 자민당이 주도하는 개헌 논의에 비협조적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마에하라 대표는 정권 교체를 목표로 하는 정당으로서 당당하게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헌법에 자위대의 근거를 명기하는 ‘가헌’을 주장해 왔다. 이는 개헌 반대 세력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

증세 문제도 내부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마에하라 대표는 개인소비의 침체 등을 지적하며 아베 신조 총리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에 대해 “실패한 정책”이라고 비판하면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소득의 재분배를 늘리면 소비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재원이다. 그는 증세를 통해 재원을 마련한다는 생각이며, 2019년 10월로 예정된 소비세율 인상(8→10%)을 용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증세는 대표적인 지지율 하락 요인 중 하나다. 자기 주머니에서 세금이 더 나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가 거센 비난에도 약속을 어기고 두 차례 인상 시기를 연기한 이유다.

◆첫 메시지는 쇄신과 화합…다음달 첫 시험대

마에하라 대표는 5일 의원총회에서 당 집행부 인사를 공개할 예정이다. 그는 당의 ‘2인자’인 간사장에 야마오 시오리(山尾志櫻里·42) 전 정조회장을 기용하기로 했다. 중의원 재선 의원으로 정치 경력은 짧지만 당내 여성 의원의 중심적 존재로 차세대 지도자감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정무조사회장 자리에는 중의원 당선 4회의 중견인 시나 다케시(階猛·51)를 앉힐 계획이다. 이와 함께 당대표 선거 때 경쟁했던 진보 진영의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53)에게 대표 대행을 맡기기로 했다. 이는 여성과 젊은층을 중용해 쇄신 이미지를 강조하면서 ‘측근 인사’라는 비판도 억제해 당내 화합을 꾀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마에하라 대표의 첫 시험대는 다음달 22일 3곳(아오모리4구, 니가타5구, 에히메3구)에서 동시에 치러지는 중의원 보궐선거가 될 전망이다. 3곳 모두 집권 자민당의 현직 의원이 사망함에 따라 치러지는 보선으로 아베정권은 전승을 거둬야 본전이다. 바꿔 말하면 마에하라 대표 입장에서는 한 곳만 빼앗아도 ‘승리’로 포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에히메3구는 아베 총리의 친구가 운영하는 사학법인 ‘가케 학원’이 수의학부 신설을 계획한 에히메현 이마바리시와 가깝다. 아베 총리의 ‘사학스캔들’이 쟁점이 되면 야당에 유리한 분위기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 니가타5구도 자민당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지난해 참의원 선거 때 니가타 선거구에서 민진당 등 야당 4당이 추천한 무소속 후보에게 자민당 후보가 패배했기 때문이다.

아베정권도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최근 마이니치신문은 “이긴 선거를 내주는 것만큼 정권에 타격이 되는 것은 없다”는 여당 간부의 말을 소개했다.

◆민진당의 파트너는 공산당? 고이케 신당?

일본 정치권의 가장 큰 관심사는 민진·공산·자유·사민 4개 야당의 선거 협력 유지 여부다. 특히 민진당이 공산당과 계속해서 손을 잡느냐가 관건이다. 민진당 내 진보계였던 렌호(蓮舫) 전 대표는 지난 6월 4개 야당 당수회담에서 차기 중의원 선거 때 서로 협력해 후보자를 조정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보수계인 마에하라 대표는 선거운동 기간 이 합의를 재검토하겠다는 생각을 밝혀 왔다.

민진당이 공산당과 선거 협력을 해 온 이유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1강’ 체제에 대항하기 위해서다. 아베정권을 비판하는 표가 갈라지지 않도록 야당들이 협력해 여당과 야당 후보의 일대일 대결 구도를 만들어 왔다. 그 대가로 민진당은 개헌이나 안전보장정책 등에서 다소 입장이 다른 공산당을 배려하느라 뚜렷한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그 때문에 민진당 내 보수 진영에서는 공산당과의 협력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고, ‘이념이 다르다’며 탈당하는 지방의원과 국회의원이 속출했다. 이번 당대표 선거에서 국회의원 중 8명이 무효표를 던진 것에 대해 ‘이미 탈당을 결심한 사람들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마에하라 대표가 평소 소신대로 공산당과의 협력을 중단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경우 당장 다음달 중의원 보선에서 ‘반아베’ 세력의 표가 갈라질 수 있다. 민진당이 진보계와 보수계로 양분돼 분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당 분열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마에하라 대표를 중심으로 한 민진당 내 보수 진영이 우익·보수 성향인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 지사 측과 손을 잡는 게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새로운 보수계 정당을 꾸려 자민당을 지지해 온 보수층의 표를 빼앗아올 수 있다면 정권 교체 가능성은 지금의 민진당보다 커질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 경우 다른 야당들의 가세도 예상돼 일본 정치권의 판도가 크게 뒤바뀔 것으로 보인다.

도쿄=우상규 특파원 skw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