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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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북, 상여 도로에서 50m 이동에 '저승길노잣돈 250만원' 파문

40∼50년 전만 해도 매장식 장례 때마다 등장했던 꽃상여. 최근엔 드물게 눈에 띈다. 자료 사진

전국 최고수준의 매장률을 보이는 경북 지역에서 최근 수백만원대의 ‘저승길 노잣돈’을 요구한 사실이 9일 확인돼 파문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거액의 노잣돈은 시대 흐름에도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장례 분위기상 항의할 수 없는 상주들의 약점을 노린 일종의 갈취행위로 사실상 범죄행위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초순 어느 날 오전 7시 경북 모 도시 외곽마을 뒤편. 모 집안의 가장이 별세, 삼일장을 치르기 위해 시신이 차량으로 운구된 상황이었다.

 

시신은 커다란 상여 대신 간이 상여에 올려져 운구될 참이었다. 장지는 경사가 별로 심하지 않은 도로에서 불과 50여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선대로부터 물려내려 온 양지바른 곳에 있는 밭 한쪽이었다.

 

이윽고 운구와 매장을 책임지기로 계약한 업체의 상여꾼 5명 등 6명이 나서 간이 상여를 어깨에 맸다.

 

상두꾼의 노랫가락, 상주들의 곡소리와 함께 상여가 몇m 옮겨지는가 싶더니 금방 움직이지를 않는다. 도로를 벗어나자마자 약간의 경사와 함께 좁은 비포장 오솔길이 나오자 상두꾼이 “고인이 올라가기가 힘들다고 하신다∼”고 한 가락 뽑자 상여가 멈춘 것이다.

 

주변 사람들이 얼른 맏사위 옆구리를 툭 쳤다. 돈이 든 봉투가 상여 위에 놓였다. 돈 봉투가 나오자 상여는 금방 움직였다.

 

그러나 상여는 잠시 뒤 다시 멈췄다. 이번엔 길옆에 박혀 있는 큰 돌이 문제였다. 이렇게 50여m를 이동하는데 가다 서기를 대여섯 번이나 반복했다. 그때마다 봉투가 나와야 상여가 움직였다.

 

이윽고 장지에 도착한 시신이 하관식을 한 뒤 땅속에 자리를 잡고 봉분이 완성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총 4시간여가 소요됐다. 봉분을 한 단씩 쌓아 올릴 때마다 상두꾼의 선창에 따라 상여꾼들이 고인의 명복을 비는 상여 노래를 흥얼거리며 발로 봉분을 다지고 또 다졌다.

 

봉투가 나와야 한 단이 올라간다. 이렇게 봉분 쌓기가 멈춘 순간이 모두 7차례, 운구 과정부터 모두 12차례나 봉투가 나온 것이다.

 

나중에 정산해보니 총 250만원이 애초 계약한 금액인 50만원 외에 추가로 들어갔다.

 

노잣돈은 모두 상여꾼들의 개인 주머니로 들어간다.

 

자영업자인 양재형(76)씨는 “이 얘기를 들으니 옛날 시골에서 상여꾼들이 상여를 매고 가다 개울을 만나면 멈칫거리다가 상주가 지폐를 새끼줄에 꽂으면 다시 가고 하던 일이 생각난다”며 “시골의 경우 아직 매장문화가 남아있는 곳이라면 그저 이 삼십만원 정도라면 일을 마친 뒤 상여꾼들이 함께 막걸리 한 사발 마시는 격으로 이해가 가지만 250만원은 웬만한 직장인 한 달 월급인데 사실상 갈취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산·대구=전상후 기자 sanghu6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