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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학자 주축 '사단법인 샌드' 창립…"통일 일궈내는 모래알 되겠다"

'탈북민 1호 해외박사' 최경희 초대 대표이사로 선출
사단법인 샌드 초대 대표이사로 선출된 최경희 박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단법인 샌드 제공
탈북민 출신과 남한 연구자들이 함께 운영하던 연구모임 ‘통일비전연구회’(회장 최경희)가 ‘사단법인 샌드(SAND·South and North Development)’로 새 출발했다.

사단법인 샌드 창립추진위원회는 지난 10월 23일 서울 마포구 남북하나재단 강당에서 창립총회를 열고 탈북민 최초로 일본 도쿄대학교에서 ‘북한 수령 권력의 생성과 메커니즘’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최경희(46·한양대 현대한국연구소 연구위원) 박사를 대표이사로 선출하는 등 임원진을 구성하고 정관을 통과시켰다.

이날 사단법인 샌드(이하 샌드) 창립총회는 최경희 대표이사 이외에 조정훈 아주대학교 아주통일연구소 소장(국제대학원 교수), 조의행 서울신학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김명성 조선일보 기자, 박충권 서울대 재료공학연구소 연구원 등 5명을 이사로, (주)케이디텍 김남기 대표를 감사로 선출됐다.

초대 샌드 대표이사를 맡은 최경희 박사는 인사말에서 “그동안 학문적 기반을 풍부하게 다져온 통일비전연구회가 남북한 발전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기여하며 ‘우리의 길’을 모색하기 위해 사단법인 샌드로 도약한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이어 “영어로 모래라는 의미의 샌드(sand)는 모든 건축물의 기초재료로 다른 재료와 융합하면 단단한 콘크리트가 된다”면서 “샌드가 거친 면을 매끈하게 다듬는다는 의미도 있듯이 사단법인 샌드는 다양한 학술연구와 실천 활동을 통해 우리 사회의 비어 있는 공간을 채우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오른쪽부터 조정훈 아주대학교 아주통일연구소 소장, 김병로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교수, 최경희 샌드 대표이사, 박중윤 남북하나재단 사무총장, 김남기 케이스텍 대표, 임형섭 변호사, 조정진 세계일보 논설위원과 탈북민 등 120여명이 사단법인 샌드 창립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샌드는 2004년 탈북민 대학생들이 모여 만든 동아리 ‘통일교두보’를 시작으로 2012년 통일비전연구회로 성장하여 다양한 학술 모임과 통일 활동을 진행해왔다. 통일비전연구회는 각종 세미나는 물론 매월 2회 역사 연구와 남북한 정세분석 세미나, 청소년 통일동아리 활동을 지원했다.

통일비전연구회는 인재육성 활동을 통해 도쿄대 최경희 박사(2016년 3월)와 서울대 박충권 공학박사(2017년 8월)를 배출한데 이어 조선일보 김명성 기자 등 여러 회원들이 국내 유명 언론사와 대기업에 취직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지난해에는 통일부와 국책연구기관의 연구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등 학술적인 면에서도 괄목할만한 성과를 만들어왔다. 특히 지난해 8월 북한 핵무기 실험장 인근 함북 풍계리와 길주군 출신 탈북민 13명을 대상으로 인터뷰와 역학조사를 벌여 방사능 피폭 문제를 처음으로 세상에 알렸다.

조정훈 교수(아주대 아주통일연구소 소장)는 인사말에서 “2500만 북한 주민의 수를 탈북민 3만 명으로 나누면 약 800명이 된다”며 “오늘 출범하는 샌드가 탈북민 한 명이 북한 주민 800명을 담당한다는 마음으로 통일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중윤 남북하나재단 사무총장은 환영사에서 “통일 한국의 미래를 위해 동독 출신으로 통일 독일 총리가 된 앙겔라 메르켈 같은 인재가 샌드에서 많이 배출되기 바란다”고 했다.

김병로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교수는 “샌드가 남북한을 아우르는 단체가 되고, 우리가 원하는 통일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했다.

탈북민 최초로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박충권 서울대 재료공학연구소 연구원 사회로 진행된 이날 창립총회는 탈북민 등 샌드 창립회원 120여 명이 참석했다.

조정진 기자 jj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