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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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에세이] 하늘 가로지르며 겨울나라로 가는 '양떼'

저녁 어스름이 깔릴 즈음 양떼가 도심을 지나고 있다. 눈에도 담지만 카메라에도 담는다. 겨울나라로 가는 양떼인 듯 하늘을 가로지르고 있다. 하루에 몇 번씩 하늘을 볼까? 이른 아침 졸린 눈을 비비며 출근길을 서둘러 허겁지겁 일터로 들어서면 하늘과 땅은 저만치 물러간다. 해가 머리 위로 뜬 한낮, 잠시 사무실을 나섰다 들어오면 어둠에 묻혀서야 다시 사무실을 나선다. 난방과 냉방이 철철이 제공되는 콘크리트 사무실에선 계절의 변화 그딴 건 없다. 네모난 칸막이를 나서야만 눈에 시린 하늘도 다가오고 딱딱하게 밟히는 땅도 다가온다. 그래선지 자주 창가에 붙어 하늘을 쳐다본다. 붉게 물든 하늘에서 하얀 빛깔 양떼구름을 원없이 보았으니 눈 호강이다. 사무실에서 어찌어찌 끼니를 때우다 보니 땅 한번 제대로 못 밟아봤다.

허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