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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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제1야당 입헌민주당 개헌 제동 성공할까

‘호헌’ 구심점 부상… 사학스캔들 추궁 관건
지난달 일본 중의원 총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을 중심으로 한 ‘개헌 세력’이 의석의 80%를 차지하는 압도적 승리를 거두면서 개헌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개헌에 반대하는 진보계 신당인 입헌민주당이 제1야당이 되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면서 개헌에 대한 국민의 반감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 확인된 만큼 일방적 개헌 추진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조금씩 힘을 얻고 있다.

이번 총선 전까지 제1야당이었던 민진당은 성향이 다른 인사들이 섞여 있어 개헌에 대한 입장이 명확하지 않았다. 그러나 민진당은 선거 직전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 지사가 이끄는 신당 ‘희망의당’으로 흡수되는 길을 선택했고, 희망의당은 개헌 지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와 함께 고이케 지사는 민진당 내 보수·중도계 인사만 받아들이고 진보계 인사는 ‘배제’했다. 갈 곳을 잃은 민진당 진보계 인사들이 허겁지겁 입헌민주당을 창당하고 선거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선거 결과 자민당은 283석, 공명당은 29석을 얻어 개헌 발의 가능선인 3분의 2 의석(310석)을 넘는 대승을 거뒀다. 여기에 개헌 찬성 세력인 희망의당(51석)과 일본유신회(11석)를 합치면 80%를 넘는다. 하지만 일본 정치권에서는 입헌민주당의 예상밖 선전에 주목하고 있다. 선거 전 57석으로 제1야당이었던 희망의당은 몸집이 줄어든 반면 입헌민주당은 15석에서 54석으로 3배 가까이 불어나며 제1야당이 됐다. 일본 정치권에서는 “개헌 반대세력의 지지가 입헌민주당으로 집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진당의 분열 이후 야권이 여전히 어수선한 상황에서 입헌민주당이 여당의 독주를 견제하는 야당의 리더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평가받는 시험대가 마련돼 있다. 현재 개회 중인 특별국회(12월9일 폐회 예정)에서 아베 총리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사학스캔들’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추궁하느냐가 관건으로 꼽힌다. 친구가 운영하는 사학법인 ‘가케 학원’이 52년 만에 수의학부 신설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아베 총리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애초 자민당은 야당들이 가케 학원 문제를 추궁할 기회를 주지 않으려고 이번 특별국회를 지난 8일 일찌감치 끝낼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저한의 심의도 하지 않으면 야당으로부터 ‘도망쳤다’는 공격을 받아 모양이 좋지 않게 된다”는 판단에 따라 특별국회 기간을 늘리고 중의원 문부과학위원회에서 가케 학원 문제를 심의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는 이번 심의에 출석하지 않을 전망이다.

도쿄=우상규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