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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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지금] 미국 절반 이상 화장…2030년 70% 넘을 듯

시신처리 방부제 연간 80만갤런 들고 / 분묘 콘크리트 23억t… 환경 파괴 심각
미국에서 가장 흔한 장례 방식은 화장이다. AP통신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화장이 미국 전체 장례 형태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워싱턴, 네바다, 오리건 등 미국의 서부 지역에 있는 주에서는 화장이 76%가 넘는다. 미국 장의사협회(NFDA)는 오는 2030년까지 미국에서 화장 비율이 71%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장례식에서는 흔히 방부 처리한 시신을 조문객들이 직접 보는 ‘뷰잉’(viewing) 절차가 있다. 그러나 시신을 방부 처리하는 데 따른 비용과 방부제가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고려해 이를 생략하는 미국인이 늘어나고 있다. AP통신은 2014년을 기준으로 뷰잉과 화장 절차를 밟으면 비용이 평균 6078달러(약 667만원)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화장이나 매장 등을 모두 포함해 미국인이 장례식 비용으로 지출한 평균 금액은 8508달러에 달한다. 대리석 등으로 묘비석을 세우고, 봉분을 만들면 장례 비용은 1만1000달러를 훌쩍 넘어선다.

시신을 바로 매장하든 화장한 뒤 매장하든 심각한 환경 파괴가 일어난다. 미국에서는 장례식 전에 시신에 사용되는 방부제 용량이 연간 80만갤런에 이른다. 관을 제작하는 데 들어가는 철이 1억1500만t, 분묘 등을 만드는 데 쓰이는 콘크리트는 23억t이나 된다. 이에 따라 미국인들은 비용 절감과 환경 오염 등을 고려해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그린 장례식’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올해 미국 은퇴자연합(AARP)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4%가 그린 장례식을 대안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2007년의 21%에서 크게 올라간 수치다.

매장과 화장을 비롯한 전통적인 장례 절차가 진행되는 장례식장 대신 집에서 가족과 친지만 참석하는 ‘가정 장례’를 원하는 사람들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가정 장례를 택하면 대체로 시신을 방부 처리하지 않고 드라이아이스를 사용하기 때문에 환경 오염을 줄일 수 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