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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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기획] “당신에게 알맞은 책 골라드려요”

독서 성향·성격·취미 등 분석/ 1:1 상담… 사전 예약은 필수
“한 사람을 위한 책을 처방해 드립니다.”

최근 서점이 밀집한 서울 홍익대 인근에는 지난해 10월 특별한 서점이 문을 열었다. 외부에서는 서점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기 어렵다. 서점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사전예약이 필수다. 한 번에 한 명의 손님만 받기 때문이다.

‘사적인 서점’은 ‘한 사람을 위한 서점’을 표방한다. 여느 서점처럼 손님에게 책을 팔지만, 책을 고르는 것은 손님이 아닌 주인이다. 주인이 손님의 독서 성향과 성격, 취미 등을 분석해 책을 직접 추천해주는 ‘큐레이션 서점’이다.

일부 전문가와 미술계 종사자들의 전유물처럼 쓰이던 ‘큐레이션’이 최근 서점가로 확대되고 있다. 출판시장의 침체로 새로운 운영방식을 모색하던 서점들이 책의 종수를 늘리는 대신, 책의 가치를 더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다.

사적인 서점의 정지혜 대표는 “책을 처방해주는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손님과 약 1시간에 걸쳐 상담을 진행하고, 손님에게 적합한 책을 처방해준다. 정 대표가 처방한 책은 일주일 뒤 택배로 받을 수 있다.

정 대표가 이곳에서 손님들에게 가장 많이 추천한 책은 은유 작가의 ‘글쓰기의 최전선’이다. 그는 “서점을 찾아온 손님 중에는 자기 마음을 정확히 알지 못해 고민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그런 분들에게 자기 마음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글쓰기를 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곳을 주로 찾는 것은 20∼30대 여성이다. 하지만 30% 정도를 차지하는 남성 손님의 재방문율이 더 높다고 정 대표는 설명했다.

정 대표는 사적인 서점을 열기 전 출판사 편집자와 서점 매니저로 일했다. 그는 “기존의 서점은 주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찾아와 직접 책을 고르는 구조였다”며 “그러다 보니 책을 읽고 싶어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분들이 책을 접하기 어렵고, 베스트셀러 위주로 읽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방식을 고민하다 일대일로 책을 골라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식이라고 생각됐다”고 덧붙였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