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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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교육 A to Z] 블록 조립하듯 프로그램 ‘뚝딱’… 아이들 상상이 현실로

④ 초등학교에 일렁이는 SW교육 물결
경기도 파주 송화초등학교 컴퓨터실, 어떤 학생은 컴퓨터 게임을 즐기고 어떤 학생은 ‘개발자’ 명찰을 목에 걸고 설명을 하고 있다. 개발 프로그램 시연회 같지만 동아리 발표회다. 학생들은 체험시간이 끝난 후에는 어떻게 만들었는지, 개발 과정에서 어려운 부분은 없었는지 등 궁금한 점을 나누는 대화시간을 가진다. 

천대건 경기 파주 송화초등학교 교사
어떻게 초등학생이 이런 활동을 할 수 있을까? 초등학교에서 이뤄지는 소프트웨어 교육은 직관적이면서 이해하기 쉬운 블록형 프로그래밍 언어를 사용한다. 블록을 조립하듯이 쉽게 프로그램을 만들다 보니 짧은 시간을 배워도 간단한 프로그램 정도는 뚝딱 만들어낸다.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을 그대로 따라 만드는가 하면 시각장애인을 위해 녹음한 동화책을 재생하는 프로그램 등 응용을 넘어 창작활동까지 자신의 역량을 펼쳐 나간다.

소프트웨어 교육 내용을 담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이 공포되면서 많은 연구학교, 선도학교들이 생겨나며 초등학교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교육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전국의 초등학교 교사 300여명은 자발적으로 모여 초등컴퓨팅교사협회를 구성하고 공동 연구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 결과 초등학교에서는 다양한 소프트웨어 교육이 진행되고 있었다.

어떤 교실에서는 학생들의 일상생활 속 문제를 소프트웨어로 해결하는 수업이 진행된다. 주변에서 문제를 찾고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해결하는 방법을 고민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누가 우유를 먹었을까’ 프로그램이다. 초등학교 학급에는 우유 급식이 있고, 우유를 먹지 않은 학생들을 누군가 관리해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한 결과 우유를 가져가지 않은 사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게 되었다.

또 어떤 교실에서는 로봇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센서와 모터를 이용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고민한다. 전기가 끊겨 어두운 건물에 갇힌 상황에서 비상 대피로를 알려주는 로봇이 있다면 어떨까? LED를 이용해 앞을 밝히고, 비상 대피로 대로 움직인다면 사람들이 따라서 탈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한 학생들은 비상대피로 안내 로봇과 그 프로그램을 만들어낸다.

또 다른 교실에서는 물을 제때 주지 않아 시들어버린 식물 문제를 고민한다. 사람이 없는 주말에도 물을 줄 수 있도록 자동급수장치를 만들기로 결정하고 방법을 구체화한다. 센서와 보드를 이용해 장치를 만들고 블록형 언어로 프로그램을 제작하여 구동시킨다. 이들 모두 초등학교 교실에서 실제로 있었던 사례들이다.

소프트웨어 안에는 힘이 있다. 자신이 생각한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낼 수 있는 힘이다. 그 힘을 초등학생도 이용할 수 있도록 쉬운 언어가 보급되었고, 이제 보편교육으로서 모든 학생이 배우게 된다. 초등학교 때부터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다양한 문제를 해결한 아이들이 나중에 자라면 어떤 세상을 만들어 갈까? 초등학교 교사로서 소프트웨어 교육이 기대되고 두근거려지는 이유다.

천대건 경기 파주 송화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