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친구들 중에도 가상화폐에 투자한 이들이 꽤 있다. 자기는 언젠가 꺼질 거품이라고 생각해서 안 한다고 했다. 실상은 시간당 최저임금을 약간 웃도는 금액을 하루 용돈으로 받고 있어서일 것이다. “아빠 대학 시절에 취직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잖아요”라는 말을 한두 번 들은 게 아니다. 미래가 암담한 세대에게 일확천금의 꿈은 달콤한 유혹이다. 정부 당국자의 가상화폐 거래시장 폐쇄 발언에 2030세대가 그리 격하게 반응할 만도 했다.
통일에 대한 생각에서 30년의 간극은 더욱 벌어진다. 단일민족이라고 해서 남북이 하나의 국가를 이뤄야 한다는 데에 별로 공감하지 않는다. 얼마 전 통일연구원 조사결과에서는 2030세대 2명 중 1명(49.4%)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의 당위성보다 통일의 비용에 민감한 세대다. 통일에는 시큰둥해하면서도 공정에는 예민하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에는 크게 관심이 없지만 불이익을 당할 것 같은 선수들을 오히려 자신들과 동일시한다.
확연히 2030세대는 ‘586세대’의 30년 전과 다르다. 당돌한 듯하면서도 당차다. 한국 최초로 세계 테니스 메이저 대회 4강 신화를 달성한 22살 정현 선수. 그는 세계 무대에서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경기를 즐겼고 영어로 농담까지 곁들여 자신을 마음껏 표현했다. 테니스 우상에 대한 예의도 잃지 않았다.
요즘 2030세대에 대해 버릇없고 자신만 알면서 무슨 생각으로 사는지 도통 모르겠다고 할 건 아니다. 지금의 2030세대도 30년이 지나 새로운 2030세대를 걱정하고 있을 테니까.
박희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