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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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닥터 둠의 예언

16세기에 예언서를 남겨놓은 노스트라다무스는 올해 겨울 ‘태평양 불의 고리 폭발’을 점쳤다. 지진 활동이 활발해지고 화산이 세 차례 폭발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필리핀 중부 마욘 화산이 연초부터 용암과 화산재를 분출하고 ‘위험한 폭발 임박’ 경계경보가 내려지면서 노스트라다무스 말이 적중되는 모양새다. 그는 또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이탈리아가 휘청거릴 것이라고 예언했다. 서기 79년에 폼페이를 뒤덮은 화산이다. 1944년 이후 폭발한 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최근 지질학자들이 동조하고 나섰다.

불가리아 출신 예언가 바바 반가는 올해 중국이 미국을 따돌리고 세계 최고의 슈퍼파워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국내총생산(GDP)으로 보면 미국이 100년 이상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환율 등을 고려한 구매력 기준(PPP) GDP에서는 중국이 4년 전에 미국을 제쳤다. 지난해 PPP GDP는 중국이 23조달러를 기록, 19조달러인 미국과 격차를 벌리고 있다. 새로운 슈퍼파워 등장 예언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1996년 세상을 떠난 반가는 ‘철로 된 새 두 마리’가 ‘미국 형제’를 공격할 것이라며 9·11테러를 예측해 ‘발칸의 노스트라다무스’로 불린다. 그의 말대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내려다보는 날이 올지 주목된다.

일확천금 투기 열풍을 일으킨 가상화폐에 대한 예언은 섬뜩하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을 예언해 유명해진 영국 출신 크레이그 해밀턴 파커는 올해 비트코인 사기가 급증하고 테러 조직의 자금원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또 미국의 대기업이 관여하고 있다고 예측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견해 ‘닥터 둠’이라고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도 “가상화폐는 거품”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의 지금까지 용도는 마약거래와 조세회피, 돈세탁뿐”이라며 “비트코인이 통화기능을 하려면 회계단위, 결제수단, 가치의 안정적인 저장수단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예언가와 경제학자가 공통으로 가상화폐를 범죄와 연결시켰다. 암울한 예측이다. 대비하라는 경고음이다.

한용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