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소식통은 5일 “미국 정부는 정식 외교 채널을 통해 펜스 부통령 일행과 북측 인사들이 마주치는 일이 없도록 해 달라고 한국 정부에 요구했다”며 “북측 인사에는 당연히 북한 고위급 대표단 단장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펜스 부통령은 평창동계올림픽 미국 대표단 단장 자격으로 방한한다.
마이크 펜스 美 부통령(좌), 프레드 웜비어. |
이어 “한국 정부의 주선으로 펜스 부통령과 김영남 상임위원장 등 북측 고위급 대표단이 만나는 일이 생긴다면 동선을 겹치지 않게 짜 달라고 한국 정부에 요구한 미국 입장에서는 동맹국에 대한 ‘선전포고’나 다름없다고 여길 수 있다”고 했다.
소식통은 “이 경우 펜스 부통령은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김영남 상임위원장 등 고위급 대표단 면전에서 북핵 포기를 압박하는 최후통첩성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마이크 펜스 美 부통령, 김영남 北 상임위원회 위원장. |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이 보좌관은 “우리는 북한의 선전전이 올림픽 메시지를 납치(hijack)하도록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펜스 부통령은 북한이 올림픽에서 하는 모든 것은 그들이 지구상에서 가장 포악하고 억압적인 정권이라는 사실을 은폐하기 위한 위장이라는 것을 세상에 상기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김정은 정권을 겨냥한 최대의 압박 전략에 대한 전례 없는 수준의 국제적인 협력을 보고 있다”며 “펜스 부통령은 최대의 압박 작전을 강화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했다.
백악과 관료들도 펜스 부통령의 이번 한·일 순방은 북한에 대한 미국의 압박 캠페인을 지속한다는 데 거의 전적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펜스 부통령은 올림픽 기간에 ‘모든 대북 옵션이 테이블에 올라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장을 거듭 강조할 방침이라고 워싱턴포스트가 밝혔다.
워싱턴포스트는 또 북한에 억류됐다 의식불명 상태로 귀국한 뒤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아버지 프레드 웜비어도 펜스 부통령의 초대를 받아 그의 손님 자격으로 평창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한다고 전했다. 웜비어 부부는 지난달 30일 진행된 트럼프 대통령의 첫 국정연설에도 초청된 바 있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워싱턴=국기연 특파원